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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에 진흥기금 3억원 기탁한 이종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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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에 진흥기금 3억원 기탁한 이종학 겸임교수

입력
2009.10.0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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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군사학(軍事學)을 정립하는데 평생을 바쳐온 80대 노교수가 3억원을 군사학 진흥기금으로 쾌척했다.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군사학과 이종학(81) 겸임교수는 30일 충남대 송용호 총장에게 "군사학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3억원을 기부했다. 이 교수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4년에도 경기 강화도 임야 2만9,000㎡(시가 10억원 상당)와 전세계에서 수집한 군사학 서적 및 전문자료 8,000여권을 충남대에 기탁했다. 또 2003년에는 군사학 관련 도서구입비 1,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54년 공군사관학교(3기)를 졸업, 장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군사훈련만을 시킬 뿐, 군사학의 기본이랄 수 있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나 '손자병법'조차도 가르치지 않는 군의 교육 실태에 실망하고 스스로 군사학 연구에 뛰어들었다.

경희대 대학원 사학과에 진학, 전쟁사를 전공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2년간 선진 군사학을 접하고 돌아와 공사와 공군대학에서 군사학 강의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군사학이란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기에 동료 교수들로부터 "군사학도 학문이냐"는 비아냥 섞인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군사학은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전쟁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중요한 학문"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한우물을 팠다. 74년 대령으로 예편한 뒤 국방대학원 교수로 간 그는 80년 그 동안의 연구를 집대성해 '군사학 이론 체계에 대한 연구'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실상 군사학을 학계에 자리매김하는 계기였다.

이 교수는 이 자리에서 '전쟁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전쟁을 어떻게 '준비'하고, '수행'하는가 등의 군사학 연구분야를 정립하고 그 연구방법론도 제시했다. 그는 '한반도의 억지전략이론' 등 16권의 저서를 썼고 한국군사학회장을 역임했다.

충남대와의 인연은 인근에 3군 본부(계룡대)와 3군 대학(자운대)을 두고 있는 충남대가 2002년 대학원에 군사학 석ㆍ박사과정을 만들 때 이 교수가 산파 역할을 하면서 맺어졌다.

87년 국방대학원에서 퇴직하고 고향 경주에 '서라벌군사연구소'를 설립, 연구에 몰두하던 그는 이 때부터 격주로 한 번씩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면서 대전에 와 후학들을 가르치는 일을 팔십을 넘겨서도 계속하고 있다.

송용호 충남대 총장은 "이 교수님의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며 "기부하신 부동산과 현금으로 이 교수님의 호를 딴 '풍석(風石) 군사학 진흥기금'을 조성, 군사학 연구지원 및 학생장학금 등에 쓰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즘 많은 대학에 군사학과가 신설돼 한 평생의 결실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면서도 "하지만 우리의 군사학은 아직 갈 길이 멀며 내 재산과 여생을 그 일에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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