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올해는 비도 적당히 내렸고, 태풍도 오지 않은 데다 가을 햇볕마저 너무 좋아 농작물은 그 어느 해보다 풍작이라고 한다. 고향을 찾는 서민들에게는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고향에서 자식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부모도 한결 마음이 가벼울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복병이 있다. 바로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플루라고 불리는 유행성 독감이다. 게다가 최근 일반 독감바이러스도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방역 당국의 발표가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신종플루의 경우 감염자가 벌써 1만여 명에 이르고 10여 명의 사망자가 생겼다는 보도가 있다. 추석을 맞아 많은 사람이 이동하면서 바이러스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도 있었다. 일부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신종플루 때문에 귀성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나친 걱정도 문제다. 방역 당국이 며칠 전 바이러스를 분류해 유행을 예고한 계절성 독감의 경우에도 폐렴 등 심한 합병증을 앓으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종플루를 계절성 독감과 비교해 보면 한마디로 "약간 더 독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신종플루는 계절성 독감보다 확산이 좀 더 빠르고, 사망률이 약간 더 높을 뿐이다.
그러니 너무 겁 먹을 필요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게 스스로 조심하고, 올바른 생활로 과로를 피해 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으로 면역 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신종플루 환자로 확진되면 국가에서 관리하고 치료를 해 주지만 이런 진단을 받기 전이라도 몸에 열이 높고, 기침이 심하게 나는 등 스스로 느끼기에 신종플루가 의심되면 즉시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아 진료받아야 하며,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마스크를 하는 등 예방에도 힘써야 한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손 씻기다. 신종플루뿐 아니라 다른 유행성 질환의 대부분이 손을 통해 감염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추석 때면 늘 한 번씩 말썽을 부리는 식중독이나 집단 설사 등도 손을 잘 씻고 상한 음식을 조심하면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손은 하루에 몇 번이나 씻어야 하나.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또 필자는 외출 도중에도 물이 보이면 보이는 대로 씻으라고 권한다. 손만 잘 씻으면 유행성 질환의 95%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손 씻기를 게을리 한다.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최근에는 바이러스를 차단해 주는 특수한 마스크도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 대부분이 손은 잘 씻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마스크를 했더라도 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손을 깨끗이 씻어 깨끗한 손으로 고향을 찾아가자. 건강한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다.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한국의약사평론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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