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상달, 가을의 정취를 온 몸에 담으며 공원이나 강변을 걷고 달리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걷기와 달리기는 특별한 소질이나 기술이 필요 없는 데다가 장소도 거의 구애받지 않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국민 운동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시작했다가는 뜻밖의 부상을 당하거나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다리품만 팔 수도 있다. 걷기와 달리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 걷기, 다이어트와 생활 습관병 예방
걷기는 생활 속에서 가장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유산소운동이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나 노약자, 심장병 환자, 비만인이 하기에 적합하다.
달리기는 두 발이 지면에서 동시에 떨어져 착지할 때 발목과 무릎, 허리 등의 관절에 하중이 걸리는 반면, 걷기는 한 발이 항상 지면에 닿아 있어 부상 없이 뼈를 튼튼히 하고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
달리기에 비해 시간당 칼로리 소비량은 떨어지지만 장시간 걸으면 단시간 뛰는 것보다 훨씬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 체내 지방은 운동 후 15분부터 서서히 연소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걷기는 암 발생률을 떨어뜨리고 하지정맥류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걷기는 걷는 속도에 따라 일반 걸음보다 조금 빠른 평보와 '파워 워킹'이라 부르는 속보, 그리고 빠른 속도로 걷는 경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체력 증진이나 심폐기능 향상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시간당 6㎞(보폭 80~90㎝)를 걷는 속보다.
■ 속보, 뱃살 빼기에 최고
속보의 자세는 경보와 비슷하다. 허리를 곧게 펴고 머리를 세운 뒤 팔에 무리한 힘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팔꿈치를 'L'자나 'V'자 형태로 굽혀 앞뒤로 크게 흔들면서 걷는다. 발을 디딜 때는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게 하며 발끝으로 지면을 차듯이 앞으로 걸어 나간다. 다리는 양 무릎을 일자로 거의 스칠 듯 옮긴다.
속보는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복부와 팔뚝, 허벅지 부위의 군살을 빼는 데 효과적이다.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교수는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할 경우 하루 1시간 정도 걸으면 하루에 300㎉씩, 1주일이면 2,100~3,000㎉를 소비해 0.45㎏을 감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량은 하루에 40~50분 가량 1주일에 3~4일 정도가 적당하다. 나이가 많거나 체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천천히 걷기 시작한 뒤 점차 속도와 시간을 조절해 운동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발은 발가락 앞쪽에 약간 여유가 있고 발등 부위가 잘 구부러지는, 편안하고 가벼운 것이 좋다. 일반 러닝화에 비해 신발 앞부분이 부드러운 제품을 선택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걷기 운동은 동작이 단조로운 데다가 반복적이어서 금세 싫증날 수 있다. 따라서 걷는 코스를 주기적으로 바꾸거나 함께 걸을 사람을 찾아 지루함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심장이나 혈관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무리한 속보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걷기쯤이야 하고 얕보지 말고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특정 질환을 앓고 있거나 관절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동맥경화나 관상동맥 질환 등이 몸 속에서 진행 중인데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검진받아야 한다.
■ 달리기, 스트레스 해소하는 유산소운동의 지존
달리기는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으로 심폐기능과 전신 근력을 향상해 줄 뿐 아니라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30분 정도가 지나면 상쾌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달리다 보면 베타 엔도르핀라는 물질의 농도가 상승해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 전환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를 '러닝 하이(Running High)' 혹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부른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자인 아놀드 맨델이 1979년 발표한 정신과학 논문 '세컨드 윈드(Second wind)'에서 처음 사용했다. 맨델은 러너스 하이에 대해 '30분 가량 계속 달리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리와 팔이 가벼워지면서 리듬감이 생긴다.
그리고 나서 곧 피로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야릇한 시간이 온다. 주위는 굉장히 밝고 색깔이 아름답고 (중략) 몸이 세상에서 분리돼 유영하는 느낌이 든다. 만족감이 몸 속 깊은 곳에서 넘쳐 난다'고 표현했다.
이밖에 달리기는 순환기능을 향상하고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진 교수는 "달리기할 때 분출되는 땀이 전신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백혈구 수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감염을 유발하는 세균에 맞서 싸우는 역할을 하는 백혈구 수치가 늘어나면 면역력이 높아진다.
일반인이 달리기할 때에는 무의미한 체력 소모를 줄이는 편안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선은 전방 18~20m를 향하고 상체는 지면과 수직이 되도록 한다. 달릴 때에는 근육이나 살들이 출렁거리도록 편안히 뛰고, 몸이 좌우로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한다. 팔과 齋珦?긴장을 풀고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손가락은 편하게 계란을 쥔 듯 감아 쥔다. 엉덩이는 상체와 일직선이 되도록 유지하며 뒤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무릎을 높이 들면 오래 뛸 수 없으므로 가급적이면 발목의 힘을 이용해 달리는 것이 좋다. 보폭은 너무 크게 잡지 않도록 한다.
■ 준비ㆍ마무리 운동도 충분히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첫날부터 무조건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적어도 3~4주일 동안은 걷기를 통해 근육과 뼈, 관절 등이 달리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교수는 "준비 시기를 거치지 않고 훈련량을 무리하게 늘리면 10~12주일 후에 부상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준비와 마무리 운동도 중요하다. 달리기로 인한 부작용이나 부상을 줄일 수 있기때문이다.
달리기 전후에는 충분한 수분과 영양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수분이 몸무게의 1~2% 정도 빠져 나가면 갈증이 나고 탈수 현상이 나타나므로 1시간 이상 달릴 때에는 매 시간 500㎖의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차가운 물은 체온의 과도한 상승을 막아 주고, 소화와 장의 흡수 작용에도 도움을 준다. 운동으로 손실된 전해질과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의 수분을 섭취하면 좋지 않다.
신발은 달리기를 할 때 필요한 유일한 장비이므로 신중히 골라야 한다. 자신의 발 모양에 맞는 편안한 것을 선택하되 가급적 발이 붓는 오후에 구입하고 원래 신발보다 약간 큰 사이즈를 택하는 것이 좋다. 워킹화에 비해 신발 앞부분의 안정성이 중요하다. 매일 운동한다면 6개월에 한 번씩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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