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물어야 할 검사가 법정에서 무죄를 구형하는 비정상적인 사건이 지난 1년6개월 동안 13차례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무죄 구형'은 모두 재정신청 사건이었다.
참여연대는 30일 '재정신청 사건에서 모순에 빠진 검찰'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민주당 박영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년6개월간 유죄 판결이 내려진 42건의 재정신청 사건 중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거나 구형 의견을 내지 않은 사건이 13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재정신청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고소인이 불복, 직접 고등법원에 재판 회부를 요청하는 제도다. 재정신청이 인용돼 재판이 진행될 경우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공소유지 책임은 당초 법원이 지정한 공소유지 변호사들이 맡았으나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검사가 맡도록 바뀌었다.
검사가 무죄를 구형하는 촌극은 바로 이 같은 구조 때문에 발생한다. 검찰이 이미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건의 피고인에 대해 유죄를 구형하는 것은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어서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검찰은 지난해 총선 당시 '동작뉴타운' 발언과 관련해 고소된 정 대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서울고법은 고소인측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재판에서 검찰은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해달라"며 사실상 무죄 구형을 해 '봐주기' '직무유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참여연대는 "검찰 기소독점 제도의 단점 보완을 위해 마련된 재정신청 사건에서 검찰이 공소유지를 하도록 한 형소법 자체가 잘못"이라며 "실제로 검찰 공소유지의 폐해가 드러난 만큼 재정신청 사건의 공소유지 책임은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가 맡는 방향으로 법이 다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선고가 내려진 재정신청 사건 63건 중 68.2%인 43건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조사돼 검찰 수사의 불성실성에 대한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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