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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탈정치화가 공기업 개혁 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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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탈정치화가 공기업 개혁 요체

입력
2009.10.0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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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기 국회의 국정감사에서도 공기업의 구조적 문제점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은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 표적이었으나,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공공의 적'으로 지목된다. 애초 진단이 틀렸거나 처방에 잘못이 있었던 것이 아닌지 세심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흔히 공기업의 각종 비효율성을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등 공기업 내부에서 찾는다. 그러나 실제 공기업 내부보다는 외부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숨어 있다. 공기업을 개혁하려면 조직과 인력을 감축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공기업은 조직 신설과 인력 증원을 자율적으로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모두 정부의 사전 심사와 통제를 받고 있다.

공기업의 경영 비효율성을 나타내는 핵심 징표의 하나로 인식되는 부채 증가만 하더라도 경영의 비효율이나 실패 때문만으로 보기 어렵다. 정부의 재정 부담을 공기업에 떠넘기거나, 정책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불합리한 공기업 요금 정책의 누적된 산물인 경우도 많다. 공기업 사장과 노조의 이면계약을 통한 과도한 복지 혜택도 사실은 잘못된 낙하산 인사에서 연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공기업을 순수하게 기업으로 보지 않고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초래되는 공기업 경영의 정치화와 관료적 명령과 통제에서 비롯된 '정부실패' 현상이 외부로 표출되는 공기업 문제의 바탕에 자리잡고 있다. 주인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소유 주체가 없고, 소비자와 채권자 및 주주에 의한 시장의 규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공기업 제도의 약점이 정치ㆍ행정 과정과 연결되면서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기업 개혁의 요체는 공기업 경영의 탈정치화와 시장화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공기업을 소유하되 경영하지 않는다는 대 원칙 아래 경쟁과 시장에 의한 공기업 통제를 활성화하고 자율경영을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공기업 경영진이 자신들의 경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임기를 충분히 보장해 주어야 한다. 2~3년 단위로 사장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무슨 수로 공기업 경영을 효율화 할 수 있겠는가.

공기업 경영의 탈정치화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면 공기업 경영의 시장화를 위한 마지막 수순인 민영화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공기업 경영의 탈정치화를 위한 적극적 노력이 없이는 공기업 경영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고쳐질 수 없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되, 대신 정부는 공기업이 성공적인 기업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설정해 주어야 한다. 이제는 공기업도 민간기업 수준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하고, 좋은 고용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며, 공동체의 이익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사회적 책임성을 완수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람 자르는 일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해외시장을 개척하여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국민들로부터 일 잘했다는 칭찬을 받고 싶다"는 어느 공기업 사장의 소박한 희망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런 희망과 소신을 마음껏 펼치고 실현할 수 있는 공기업 경영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한 공기업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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