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프랑스 초대형 해운회사의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선언 가능성에 따른 '후폭풍 위기'에 내몰렸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선박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이미 이 회사로부터 컨테이너선을 30척 이상 수주 받은 상태여서, 업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세계 3위 규모의 컨테이너 선사인 프랑스 CMA CGM이 1년 기간의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선언과 함께 국내 조선소에 대한 신규 발주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CMA CGM이 채무구조조정을 위한 은행 위원회를 구성한 후, 수출입은행을 포함한 채권자들에게 상당한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CMA CGM가 이런 위기를 맞은 것은 작년 하반기 불어 닥친 글로벌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급감하고, 해상운임이 폭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문제는 CMA CGM으로부터 컨테이너선을 수주 받는 국내 조선소들이다. 영국 해운전문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1만1,356TEU(20피트 컨테이너 1만1,356개 적재용량)급 9척, 대우조선해양은 1만3,300TEU급 8척, 삼성중공업은 8,465TEU급 5척을 건조 중이다.
한진중공업은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6,500TEU급 3척,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1만2,562TEU급 2척과 3,600TEU급 10척을 각각 수주해 놓았다. 이처럼 주문 물량이 적지 않은 상태에서 CMA CGM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선박 대금을 납부하지 않거나, 선박 인수를 거부해 국내 조선소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CMA CGM으로부터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대부분이 해운시장 호황기 정점이던 2007년에 수주 받은 것이라 이미 선박 건조율이 80~90%에 이르고 ▦대금도 건조 진척도에 따라 80% 이상 받는 게 대부분이고 ▦발주사로서도 나머지 대금을 지불하고 배를 인수하는 게 휠씬 이득이기 때문에 국내 조선소가 당장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조선소 관계자는 "인도 시기가 늦어지거나, 신규 발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보다는 초대형 해운사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업계에 충격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업 지원을 위해 2002년부터 해외 선주에 직접 융자인 선박금융을 제공해 온 수출입은행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수출입은행은 CMA CGM에 모두 5억달러 규모의 선박금융을 제공한 상태다. 해외 선사들에 제공한 총 선박금융 규모는 60억달러에 달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CMA CGM으로부터 채무 재조정과 관련해 어떤 공식적인 요청도 아직 받지 못했다"며 "모라토리엄이 선언되더라도 채무상환이 연기되는 것이지 대출금을 떼이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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