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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보행, 시각장애인은 뒷전 에스컬레이터 타려다 하마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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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보행, 시각장애인은 뒷전 에스컬레이터 타려다 하마터면…

입력
2009.09.30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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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시각장애인 이승철(38)씨는 28일 오후 지하철 노원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다 크게 다칠 뻔했다. 통근을 위해 이 역을 자주 이용하는 그는 우측보행 채비를 마쳤다는 홍보만 믿고 왼쪽 대신 오른쪽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다가 여전히 운행 방향이 바뀌지 않은 계단을 밟고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에스컬레이터는 아직 전환 공사가 덜 끝났다는, 홍보와는 다른 역무원의 변명에 이씨는 "그럼 사실을 알려주거나 안내원을 배치해야 할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음달 1일부터 전국 모든 지하철역에서 일제히 시행되는 우측보행이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 없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안전 사고 위험이 큰 에스컬레이터의 운행 방향을 우측보행에 맞게 전환하는 준비가 미흡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수도권 지하철 1~8호선 역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모두 1,033대. 이중 이달 말까지 675대(65%)만이 운행 방향을 바꿔 미전환분이 358대에 이른다.

1~4호선에 설치돼 있는 62대는 운행 방향을 바꾸기 힘든 구형이라 내년 6월까지 전부 신형으로 교체될 방침이지만, 공사 대상 중엔 충정로역, 충무로역, 고속터미널역 등 환승역이 많아 혼잡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5~8호선 296대는 설계구조 변경이 어렵다는 이유로 좌측통행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처럼 시각장애 승객의 안전한 보행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지하철 운영사 측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점자 포스터 등 홍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물론, 에스컬레이터의 위치와 진행 방향을 알려주는 음성유도기 안내방송 내용을 고치지 않아 되레 사고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내원 배치도 형식적이다. 하루 유동인구가 10만~20만 명에 이르는 영등포구청역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만 안내원 1명이 활동하고 그나마 주말엔 쉰다.

회사 측은 오히려 장애인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내놓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는 원칙적으로 일반인용 시설이며 시각장애인은 점자 블록 안내에 따라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계단 없이 에스컬레이터만 설치된 역도 상당수인 현실을 도외시한 생각"이라며 "시각장애인은 지형ㆍ지물을 익혀 정해진 길로만 다니는 만큼 에스컬레이터 주변 등에 안내원을 배치해 안전 보행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강아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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