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구, 꽃담장 만들어 쓰레기 투기지역 없애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에 사는 윤모(37)씨는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이 산뜻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모퉁이마다 가득 쌓여있던 쓰레기더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 곳은 재중동포 등 인근 주민들이 담벼락에 내다버린 쓰레기로 길은 더러워지고 악취도 진동했다.
쓰레기를 내다버린 사람을 단속하기 위한 CC(폐쇄회로)TV도 설치하고 경고 문구를 중국어와 병기해 붙였지만 변화가 없었다. 주로 밤 시간대에 얼굴을 가리고 나타나 갖다 버리기 때문이다.
영등포구는 고민 끝에 감시와 경고보다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선택을 유도하기로 했다. '꽃 담장'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담장앞에 철조망을 놓은 후 조화(造花)로 장식했다. 이후 좀처럼 줄지 않던 쓰레기가 사라졌다.
영등포구가 지난달부터 대림2동 지역에 설치한 꽃 담장이 쓰레기 무단투기를 줄이는 효자역할을 하고 있다. 대림2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자원봉사연합회, 자율방범대 등이 무단투기 장소 15곳에 빨간 장미를 활용한 꽃 담장을 설치하자 무단투기 행위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쓰레기가 쌓이는 벽면에 꽃 장식을 하는 작은 변화가 일어났을 뿐인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환경미화를 하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현재 근무 조를 편성해 꽃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등 담장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주민 김모(45)씨는 "도시미관을 해치고 악취로 건강까지 위협하던 골목이 깔끔해져서 속이 다 후련하다"고 말했다. 구는 대림2동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마포구, 코팅제 입힌 전봇대 불법 부착물 사라져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사는 주부 박모(39)씨는 요즘 동네 통신주와 가로등을 볼 때마다 기분이 상쾌해진다. 지난해만 해도 '급전 필요한 분', '대리운전', '사람 구함' 등 덕지덕지 부착된 불법 광고물 때문에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최근엔 광고물 자체가 사라졌다.
본드를 사용하는 등 접착력이 강해 제거하기도 어렵고 제거해도 금세 다른 광고물이 부착돼 도로가 더러워지고 미관도 해쳤다.
특히 스티커형 광고물을 제거하다 보면 시설물 도색까지 벗겨져 이를 보완하려면 인력과 예산낭비가 심했다. 박씨는 "스티커가 사려졌을 뿐인데 동네 자체가 확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구가 도화동에서 실시되고 있는 불법광고물 제거사업으로 거리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마포구는 지난해 8월 도화동 관내 가든호텔 주변을 광고물 정비 시범지역으로 정하고 통신주 등 19개 시설물에 불법광고물 부착방지용 코팅제를 도포했다. 그 결과 1년이 지나도록 코팅제를 도포한 시설물에 불법광고물이 부착되지 않게 됐고 도화동 전 지역으로 확대 실시했다.
이달 1일부터는 희망근로자까지 투입해 동네 골목의 통신주 등 시설물 1,455개소의 불법 광고물을 제거했고 내달 말까지 500여 시설물에 도포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사업비는 희망근로자 인건비 1,400만 원과 재료비 1,000만원 등 총 2,400만원이 들었다.
구 관계자는 "불법광고물은 제거하는 것도 어렵지만 부착 자체를 막는 것이 더 어렵다"며 "광고물이 사라지니 환경이 개선되고 예산낭비도 막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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