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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60년 니하오, 슈퍼차이나] <3> 미국식 패권주의를 추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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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60년 니하오, 슈퍼차이나] <3> 미국식 패권주의를 추구할 것인가

입력
2009.09.30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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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혁개방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1997년 사망직전 '도광양회' 외교노선을 유언으로 남겼다. 앞으로 50년간 초강대국 미국에 대들지 말고 조용히 힘만 기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로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면서 중국은 일약 G2(주요2국)로 부상, 지위에 걸맞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전방위 대국외교'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위협론'을 불러왔고 이에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려 한다는 '책임론'으로 대응했다. 중국은 또 세계 경제발전과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화굴기'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올해 일본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설 전망이고 군사력은 세계 5위권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중국이 미국식 패권을 추구할지 여부가 세계에 미칠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패권국가가 되려면 능력과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중국이 중화민족의 부흥과 국익증진, 영향력 확대를 위해 패권적 대외정책을 펼칠 가능성은 현재로선 별로 없는 것 같다. 중국은 패권적이 되기에는 문화 자존심이 너무 크다고 주장하고 있고 또 미국식 패권주의가'타산지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팍스 아메리카나'이후 국제무대의 새로운 강자는 누구인가.

로마제국 멸망으로 유럽이 혼란에 빠진 것처럼 미국 쇠퇴이후 국제사회는 과연 새로운 '혼돈시대'를 맞을 것인가. 아니면 지역별로 경제 문화 외교를 각각 주도하는 리더 국가가 출연, 힘의 다극화가 진행될 것인가.

국제 전문가 폴 스타로빈 내셔널저널 기자는 최근 저서 <미국, 그 이후(after america)> 에서 미국의 패권을 중국이 이어받아 '팍스 시니카(Pax Sinica)'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에 중국과 긴장관계를 경험한 일본과 베트남 등 아시아 주변국은 중국의 힘에 굴복, 변방수준으로 몰락하는 운명에 처할 지도 모른다고 관측했다.

또 중국과의 무역이 각국 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칠레 등 천연자원 수출이 많은 국가일수록 대중국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의 '대국굴기(강대국으로 우뚝섬)'가 현실화할 것을 예고한 것이다.

중국은 이미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지난주 중국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중국이 신 에너지 투자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글로벌 최대 이슈인 녹색 성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세계 최대 수출국의 입장에서 보호무역주의를 경고했다. 그는 나아가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 큰 영향력을 가진 개발도상국의 대변자로서 최빈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와 관심을 촉구했다.

미국 방문에 앞서 "할 말은 하겠다"고 한 후 주석이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어 열린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한 후 주석의 입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G20이 중요해졌지만 G2의 막강한 영향력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터슨 국제경제 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미중의 합의 없이 진전될 수 있는 이슈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제 중국은 내친김에 G2를 넘어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팽창주의를 지향했던 '팍스 브리타니카'나 '팍스 아메리카나'와 같은 패권주의적 '굴기'의 길에 나설 것인가.

중국 지식인들은 한결같이 중국의 외교적 관점과 역사적 사례, 전통적 문화의식 등을 들어가며 이 질문에 손을 크게 저어 부인한다.

홍콩의 대정부 전략정책 최대 싱크탱크인 바우히니아 재단연구소(智經硏究中心) 안토니 우(胡定旭) 소장은 "중국은 전통적 문화의식 속에서 항상 자신이 세계의 중심, 곧 중원(中原)이라고 믿기 때문에 공격적 팽창주의를 지향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한족(漢族) 역사에서 극단적 팽창주의를 추구한 사실은 찾기 힘들고 오히려 '응전(應戰)의 역사'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가 원로인 우젠민(吳建民)전 중국 외교학원 원장은 "최근 중국이 전 방위적 대국외교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도광양회(韜光養晦: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와 '유소작위(有所作爲: 문제가 있으면 적극 개입해 푼다)'를 병행할 것"이라며 "서양인들은 중국에 구소련의 패권주의를 대입하려 하지만 중국은 결코 그 노선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인홍(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내재된 국내 문제의 해결이 중국의 급선무" 라며 "이라크전에서의 미국처럼'고비용'의 대가를 치르며 힘의 논리를 펼칠 만큼 중국이 여유 있는 입장이 아니다" 고 단언했다.

패권주의가 아니라면 중국의 굴기는 어떤 식으로 표출될 것인가.

중국은'소프트 파워'를 내세우고 있다. 군사ㆍ경제력 등'하드파워'에 의존하는 대신 '위대한'중화민족의 문화수출을 통해 위협이 아닌 설득과 호소로 타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도광양회'의 전략이 녹아 있는 이 같은 주장에는'중국 위협론'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중국어학원이자 문화센터인 '공자학원' 은 중국 소프트파워의 전진기지다. 이미 아프리카와 남미, 우리나라에까지 진출한 공자학원은 2010년까지 세계에 500여 개가 세워진다. 중국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힘의 논리가 문화에 근거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결국 패권주의로 흐르게 될지 여부는 세계인들이 지켜볼 일이다.

베이징·홍콩=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 류장융 中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

"'차이메리카(중국+미국)' 'G2' 라는 표현은 중국에 대한 인정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중국 위협론'을 말한다. 신 중국이 창건하던 60년전, 중국의 국력은 약했지만 '중국 위협론'은 그 때에도 존재했다.

개혁개방 3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경제성장을 놓고 또 위협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위협론 확산으로 중국의 발전과 외교활동을 저해하려는 의도도 발견된다. 중국과 미국은 세계에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그것이 글로벌 리더십니다."

중국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 류장융(劉江永ㆍ사진) 부소장은 29일 베이징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위협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미국과 중국이 G2라고 해서 국제문제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세계의 다극화 추세를 지적했다.

- 중국은 미국을 대체해 초강대국으로서 세계질서를 재편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중국의 발전 잠재력은 크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수 없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내재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중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신 중국 역사는 겨우 60년이다.

중국은 미국처럼 자국보호의 역량을 넘어 세계 패권을 차지할 만큼 군사력을 갖추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상황에 맞는 군사력만 취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식의 군사적 슈퍼대국은 되지 않을 것이다."

- 중국의 '대국굴기'는 미국식 패권주의와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가.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개발도상국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중국도 개발도상국이었기에 그들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 중국은 국제기구와 국제무대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힘을 쏟을 것이다. 특히 중국은 경제적인 성장 외에도 전통문화와 역사를 결합한 '소프트 파워'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이는 가치적 발전과 맞물리는 것이다. 중국은 평화공존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영토분쟁이나 자원개발 등을 둘러싼 충돌에서도 공동발전에 근거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다. 중국 지도자들의 리더십은 패권(覇權)이 아닌 왕도(王道) 추구다."

- 중국 군비증강에 대한 우려감이 높은데.

"중국 경제력이 커지면서 국방건설에 대한 투자가 두 자리수로 늘어난 것에 대해 위협론을 제기하지만 일본의 경제력이 커질 때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중국이 위협적이 되기 위해서는 능력과 의도가 따라줘야 하는데 중국은 이미 '평화공존에 대한 5원칙'을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 류장융교수: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아태 발전교류협회 이사, 중국태평양학회 이사, 현 칭화대 국제문제 연구소 부소장. 주요연구-대국관계, 중국 국제전략, 국가 안전이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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