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혐의를 포착하고도 허투루 넘길 검사는 없을 것이다. 범죄 혐의를 조사한 뒤 피의자를 법정에 세워 상응한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검사의 책무다. 그러나 검사가 법이 부여한 권한을 항상 올바로 사용해온 것은 아니다. 과거 대형 사건 수사 때마다 검찰은 검찰권의 오ㆍ남용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해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수사, 최근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대표적이다.
검찰권 오ㆍ남용과 표적 수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문제된 게 별건(別件) 수사다. 특정 범죄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본래 수사와 상관없는 혐의로 피의자를 구속하거나 피의자의 자백을 압박하는 별건 수사는 오랫동안 검찰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검찰이 별건 수사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과정보다 결과와 실적을 중시하는 검찰 내부 문화 탓이 크다. 그로 인해 검사들은 증거와 진술 확보를 통한 수사보다 내ㆍ수사 대상자 주변을 이 잡듯 뒤져 자백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수사 성과를 올리는 데 급급했다. 그 결과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검찰이 어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어 이같은 과거 수사 방식을 대폭 바꾸기로 했다. 수사 과정을 첩보 내사 수사 기소 공판 사후평가 등 6단계로 나눠 단계 별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사 원칙을 제시하고, 청탁성, 음해성 제보ㆍ첩보에 의존한 수사 금지, 별건 수사 금지, 특별수사 사건 사후 평가 등 개선책도 마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스폰서 검사'논란으로 검찰이 처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관건은 자의적, 편의적 수사 방식에서 탈피해 수사 대상자와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도출해 내려는 검찰 구성원들의 의식 전환이다. 검찰총장이 느끼는 조직 위기감을 일선 검사, 말단 수사관이 공유ㆍ공감하지 못한다면 투명하고 정정당당한 검찰 수사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수사 현실은 팍팍해지겠지만 그것이 검찰의 환골탈태를 위한 성장통이 될 것임을 모두가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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