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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리포트] 고분벽화 '곰팡이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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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리포트] 고분벽화 '곰팡이와의 전쟁'

입력
2009.09.30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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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기술로는 석실(石室) 내로 되돌려 재설치할 경우 곰팡이 발생을 억제하기 어렵다. 당분간 적절한 시설에서 보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 나라(奈良)현 다카이치(高市)군 아스카무라(明日香村)의 7, 8세기 벽화고분 보존 방법을 두고 일본 문화재 당국이 고민에 빠져있다.

곰팡이나 박테리아 발생으로 퇴색, 변질되는 열화(劣化)현상을 막기 위해 석실에서 분리, 보존 처리한 벽화를 다시 원래의 자리로 옮기는 것이 현재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북한, 중국도 벽화의 열화현상으로 고민하고 있어 일본의 대응이 주목된다.

문제가 된 벽화고분은 7세기 말에서 8세기 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토라(キトラ) 고분.

1983년 석실에서 사신도 중 하나인 현무의 채색벽화가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천정에서 천문도가, 벽면에서 청룡, 백호 벽화가 추가 발견됐고 2001년에는 주작이 확인됐다. 일본 고분벽화 중 사신도를 모두 갖춘 벽화는 기토라가 유일하다. 특히 천정의 천문도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일본 문화재 당국은 2000년대 들어 고분 내부가 습도가 높아 곰팡이와 박테리아가 발생해 벽화가 심하게 훼손돼 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벽화를 석실에서 떼내어 보존 처리키로 하고 2005년부터 2년에 걸쳐 사신도, 천문도 등을 벽면에서 떼냈다.

당초 곰팡이 등을 제거한 후 '문화재 현지 보존' 원칙에 따라 벽화를 석실로 되돌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화재청 '고분벽화 보존활용 검토회'는 지난달 4일 '당분간'이라는 조건을 달아 벽화를 석실 외부에 보존키로 결정했다. 현재의 석실에 재설치할 경우 곰팡이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토위원들은 "보존기술이 진전됐을 때 복구 여부를 논의하면 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체로 일치했지만 열화를 막을 수 있는 확실한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 분리 보존 외 다른 대안도 없어 '당분간'을 수백 년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일본은 기토라와 비슷한 시기의 다카마쓰총(高松塚)고분 벽화도 2007년부터 열화를 막기 위한 보존수리를 실시하고 있다. 다카마쓰총고분은 북한 평안남도 강서군 수산리 고분 벽화와 비슷한 주름치마의 '아스카 미인도'가 그려져 있다. 기토라가 벽화 부분만 떼내 보존 처리한 데 비해 다카마쓰는 아예 석실 벽면과 천정의 돌을 모두 해체해 작업 중이다. 하지만 열화 상태가 기토라보다 더 심해 보존처리 후 역시 별도의 시설에서 보관할 가능성이 높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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