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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와 양자대화 前 '몸값 올리기'… '제재엔 핵으로'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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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와 양자대화 前 '몸값 올리기'… '제재엔 핵으로' 속셈

입력
2009.09.30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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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이 29일 유엔 총회에서 "대화에는 대화로, 제재에는 핵 억제력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힌 것은 북미 양자대화를 앞둔 몸값 올리기로 보인다. 한국 미국 중국은 이에 직접 반응하는 대신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기다리는 양상이다. 고비는 다음달 4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평양 방문이 될 전망이다.

박 부상이 이날 "미국이 제재를 앞세우고 대화를 하겠다면 우리 역시 핵 억제력 강화를 앞세우고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북미 양자대화 전 미국이 제재 완화로 성의를 보여달라는 촉구다. 북한은 17일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 방북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나서 "다자 및 양자 핵 협상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후 미국 등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자 핵 억제력을 다시 거론하며 쉽게 굴복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한국은 '그랜드 바겐' 방안을 중심으로 새 북핵 해결 방안을 준비 중이다. 핵무기, 핵물질, 제조시설 등 핵심 부분을 앞당겨 폐기하고, 북한 비핵화에 필요한 A부터 Z까지 모든 조치를 한 합의문에 담자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미국과 이미 조율을 마쳤고 이날 한중,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폐기 조치에 맞춰 단계적으로 보상할 것인지, 완료 이후 한몫에 할 것인지 등 한미 양국이 조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일단 미국이 "북한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배운 교훈 중 하나는 일정 정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커트 캠벨 국무부 차관보)이라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양자대화 성격을 놓고 북미 간 줄다리기가 당분간 이어질 수도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일반의 예상처럼 빠른 시일 내에 북미대화로 달려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원자바오 총리를 만난 김정일 위원장이 6자회담 관련 진전된 입장을 내놓으면 협상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특히 원 총리 방북 직후 다음달 10일 한중일 3국 정상회의,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예정돼 있는 등 핵협상 재개를 위한 대화 여건은 괜찮은 편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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