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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능력을 나눈다] <6> 한국전력 사회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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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능력을 나눈다] <6> 한국전력 사회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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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30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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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에서 나왔습니다. 오래돼서 낡고 전기 많이 먹는 전등을 새 걸로 바꾸고 누전되는 데 있으면 고치려고 왔습니다. 혹시 도와드릴 게 없는지 살펴보려 왔어요."

2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용답동 주택가 골목에 한국전력의 전기설비보수 차량 2대가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한전 직원 10여명은 2~3층 다세대 주택들 가운데 유일하게 낡아 보이는 단층 콘크리트 집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한 눈에 보아도 지어진 지 수십 년은 돼 보였다.

예기치 못한 방문객의 등장에 홀로 집에 있던 이태발(77) 할머니는 처음에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한전 서울본부 성동지점의 직원들로 구성된 사회봉사단이 한가위를 앞두고 전기안전공사 동부지사와 손잡고 관할지역 내 저소득층 40가구에 무상으로 전기설비 점검 및 보수를 하러 나선 길이었다.

전기공사팀과 안전점검팀을 이끌고 온 방병천 성동지점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할머니, 집안 전기 점검 좀 할게요. 전기도 새로 달아 드리고, 청소 같은 것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이 할머니도 사다리, 케이블 등 각종 장비를 들고 온 한전 직원들을 보자 마음이 놓인 듯 했다.

"청소 같은 건 내가 해야지. 저기 현관 앞에 비 새는 건 어떻게 안되나. 비가 많이 새서 다니기가 불편해" "저기 천장 벽에 전선 말이야. 보일러 공사할 때 저렇게 해놓고 가면서 나중에 다시 와서 제대로 해놓는다고 했는데, 소식이 없어. 내가 손이 닿질 않아, 보기 흉한데도 어떻게 하질 못하고 그냥 뒀어"라며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애로사항들을 털어 놓았다.

방 지점장은 "할머니, 저희가 전공이 전기라서 비 새는 건 못 고쳐요. 하지만 전기는 확실히 손봐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하고는 봉사단 직원들에게 거실과 방에 뒤엉켜 있는 전선을 정리하고 낡은 형광등을 교체한 뒤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해줄 것을 당부했다.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을 만난 기쁨에 이 할머니도 담아두고 있던 옛날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냈다. 20년 전 남편을 여의고 여태까지 혼자 살아온 이 할머니가 이 집에 세들어 산 지도 13년째. 50대 아들이 있지만, 젊어서부터 건강이 나빠 요양 중인 아들의 부양을 기대할 형편이 못 된다고 했다.

"옛날에는 괜찮게 살았는데, 영감 죽고 달리 능력이 없으니, 이렇게 다른 사람 도움 받게 된다"고 하신다. 현재 세들어 사는 집도 고칠 곳 투성이지만 손봐줄 사람 없고 경제적 여유도 없다 보니 그냥 놔둘 수밖에 없었다.

전기기사, 전기공사 등의 자격증을 가진 전문기술자들의 손을 거쳐 1시간30여분 만에 집안은 훤해졌다. 거실과 방의 낡은 형광등은 고효율 형광등으로 바꿔 달았고, 세탁기가 있는 창고와 현관에는 새로 등을 달았다. 전등 스위치도 이 할머니 손에 닿기 쉬운 위치에 새로 달고, 지저분하게 엉켜있던 전선들도 모두 치웠다.

천장의 거미줄도 싹 걷어냈다. 전봇대에서 집안으로 전기가 들어가는 인입선도 새 것으로 교체하고 대문 밖에 방치된 케이블TV선 등 각종 케이블도 정리했다. 이 할머니는 "아, 밝다. 예전엔 어두워지면 세탁기를 못 돌렸는데, 이젠 해가 져도 세탁기 쓸 수 있겠네. 깨끗하고 환해지니 마음이 다 시원하다"라며 기뻐했다.

방 지점장은 "이 집을 처음 봤을 때는 언제 누전사고가 일어날지 모를 정도로 위험해 보였는데, 점검ㆍ보수를 하고 나니 안심이 된다"며 "사회봉사단 직원들이 거의 매주 복지시설에 봉사를 나가고 성금을 모아 쌀 등을 전달하고 무료급식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특히 전기설비 점검 및 보수는 한전 직원들의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이웃에게 나누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더욱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무상으로 전기 설비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프로그램은 한전만이 할 수 있는 특화한 '프로보노' 활동이다. 한전의 능력 나눔은 본사 및 전국 사업소의 직원들 1만6,000여명으로 구성된 269개의 한전 사회봉사단을 통해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이달 들어 서울 성동지점, 전남 장성지점 등 전국 12개 사업소 사회봉사단이 지역내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노후한 전기 설비를 점검ㆍ보수하고 누전차단기 및 조명기기를 교체하는 활동을 펼쳤다.

한전의 '프로보노' 활동을 통해 무상으로 전기 설비를 손 본 가정은 올 들어서만 전국에 300여 곳에 이른다. 전국 173개 농촌마을과 '1사1촌 자매결연'을 맺은 각 사업소 사회봉사단들이 자매결연 마을에 가면 가장 먼저 팔을 걷어 부치는 일이 마을회관 등 공동시설과 독거노인 및 장애인 세대의 전기 설비를 점검하는 것이다. 2007년에는 전국 39개 공부방에도 학습 지도와 함께 낡은 전기설비 보수를 해줬다.

김성일 한전 서울본부 노무담당 차장은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비용 문제 때문에 전기설비 점검 한 번 제대로 안하고 노후한 설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보니, 전기 사고 위험에 노출된 집들이 많다"고 전하며 "한전도 전문 기술자의 능력 기부가 없다면 추진하기 쉽지 않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전기기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한 전기기술자들 인건비만 하루 약 20만원이고, 전기공사 한번 하려면 비용이 수백만원씩 들어간다. 한전 사회봉사단도 전기공사 협력업체, 전기안전공사 등과의 협업 체제를 통해 전기기술 전문가의 능력 기부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전 관계자는 "직원과 회사가 한해 40억원의 성금을 조성하고 헌혈, 복지기관 봉사 등의 다양한 이웃사랑 실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은 할 수 없는 한전만의 특화된 능력을 사회와 나누는 게 점점 의미가 커지고 있다"며 "아직 '프로보노'의 시작 단계이지만, 전기기술 이외에도 한전 2만명 직원들의 전문 지식과 노하우,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나눔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 한전의 사회봉사활동

한국전력(KEPCO) 2만여 직원들은 '세상에 빛을, 이웃에 사랑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전 직원들은 각 지역 사업소별로 2004년5월 출범한 269개의 'KEPCO 사회봉사단'에 참여, 우리 사회의 저소득계층을 위한 나눔 활동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노후 전기설비 점검 및 보수 활동이다. 국내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와 직원들인 만큼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전문성을 자랑한다.

대상은 주로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차상위 계층 등의 저소득계층. 저소득층의 에너지 복지를 선도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한 활동이다. 공부방이나 생계가 곤란한 국가유공자 가정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노후 전기설비 점검 및 보수 활동을 무상으로 전개하기도 했다.

또 전기요금을 제때 내지 못해 전기가 끊어질 위기에 처한 저소득 가정에 대해서도 한전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모은 '빛 한줄기 희망기금'에서 체납요금을 지원하고 있다. 작년 한 해, 1,300가구가 3억원을 지원했다.

한전은 전기의 과학적 원리 및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한 교육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한전이 운영하는 '전기박물관'이 대표적. 1991년 세워진 전기박물관은 청소년들이 100년이 넘는 한국 전기의 역사와 전기의 생산 원리와 과정 및 쓰임새 등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한전은 또 여름방학 때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기과학캠프'도 운영하고 있다.

한전 임직원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임직원들이 월급을 받을 때마다 1,000원~2만원씩 갹출해 모으는 성금과 회사가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직원 모금액의 2배를 출연, '러브펀드'를 조성했다.

러브펀드는 해마다 40억원씩 모이는데, 복지시설이나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데 쓰고 있다. 특히 269개 사업단이 경쟁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면서, 직원이 도배 기술을 배워 집수리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다양한 사업도 펼치고 있다.

전국 1,850만 가구에 매달 나가는 전기요금 청구서를 이용한 미아찾기 및 미아예방 캠페인도 한전만이 할 수 있는 활동이다. 1999년 이후 356명 미아 정보를 전기요금청구서에 게재, 현재까지 미아 106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한전 관계자는 "김쌍수 사장이 '사회공헌활동은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활동'이라고 강조하는 등 최고경영진부터 직원에 이르기까지 소외계층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오고 있다"며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나 봉사활동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전만이 가진 능력과 전문 노하우를 사회와 나눠 '세상에 빛'을 비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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