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핵 개발 의혹과 관련,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보리 추가제재 압박을 받고 있는 이란이 전날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28일 중, 장거리 미사일을 잇따라 시험발사, 페르시아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날 '숙적' 이스라엘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샤하브3을 사막지대에서 시험발사했다고 이란의 영어방송인 프레스 TV가 보도했다.
샤하브3은 사정거리 1,300~2,000km로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내 미군기지, 유럽 일부지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이에 앞서 수 시간 전 이란은 최대 사거리 700km인 중거리 미사일 샤하브 1, 2를 시험발사했고 전날에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른바 '워 게임'을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란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시험은 이란 내 핵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정밀폭격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한 시위용으로 분석된다.
이란 혁명수비대장 후세인 살라미 장군은 이란 국영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는 국가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결의의 표시"라며 "(이스라엘, 미국의) 미사일 위협을 봉쇄하기 위한 억지력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우선 외교적 조치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수상이 미 의회에 강력한 제재를 요구했다"는 영국 텔레그래프 지의 28일 보도는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 초 경수로 원전이 있는 부셰르 등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설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스라엘은 1981년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를, 2007년 9월 북한이 지원한 시리아의 비밀 핵 시설을 파괴한 바 있다.
한편 이란은 미사일 시험발사에 앞서 남부 콤 지역의 제2 우라늄 농축시설 존재를 전격 공표한 뒤 2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사찰수용 시사는 공개적이고 합법적인 핵 개발을 강조, 이스라엘의 공격과 유엔 안보리의 추가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핵 시설에 대한 완전하고 자유로운 접근"을 요구하면서 강도 높은 추가제재를 모색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7일 CBS방송에 출연,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완전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동맹국들과 함께 추가제재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28일 이와 관련, "석유ㆍ가스산업에 대한 투자차단 및 이란 은행에 대한 추가적인 금융거래 억제 등 보다 강력한 경제 제재를 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27일 CNN 대담프로에 출연, "아주 풍부하고 다양한 제재방법과 리스트를 갖고 있다"고 강경입장을 드러냈다.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P5)+독일 등 6개국과 이란이 내달 1일 제네바에서 핵 협상을 앞두고 있지만 양측간 힘의 대립은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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