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계획을 원안대로 추진할지 아니면 수정안을 마련할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원안 수정론을 처음 제기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28일 국회를 통과한 데다 때 맞춰 '원안 처리'를 당론으로 고수해 온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수정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권은 세종시 원안 추진 입장을 고수하면서 '정운찬 내각'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태세이다.
일단 정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로 세종시 수정안이 다소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운찬 신임 총리는 그간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취임 직후 세종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루겠다는 뜻을 비쳐왔다.
정 총리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특위 답변에서 '정부 부처를 원안(9부2처2청)대로 세종시로 옮길지 아니면 이전 부처 규모를 줄이는 대신 자족기능을 보강할 수 있도록 대체시설을 이전할지 등을 포함해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세종시에 대한 변경고시를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따라서 정운찬 내각은 세종시 원안 추진보다는 수정쪽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수정론이 확산될 조짐이다.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소장인 진수희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세종시에 대한 여론에 분명한 변화가 있다"면서 "원안대로 가야 한다는 비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운찬 총리의 (세종시에 대한) 발언 이후로 국민이 관심을 갖게 됐고 지난 2주 사이 조사에서도 입장이 달라진 게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가 최근 '원안대로 처리'라는 당론을 공식 확인한 것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여의도연구소가 23일 전국의 성인남녀 1만1,795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종시 원안 건설에 찬성하는 의견은 28.5%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조사(40.4%)에 비해 11.9% 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세종시를 의료·교육·과학첨단도시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은 23.2%에서 33.2%로 높아졌다.
한나라당 친이계의 한 의원은 "국가대계를 위해서는 원안 건설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 대다수 대통령 참모들의 인식"이라며 "국정감사 기간에 수정 논의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이 세종시 수정론을 정면으로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당장 10∙28 재보선이 임박한데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의 반발과 충청권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곧바로 세종시 수정론을 공론화할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큰 만큼 여론 추이를 살펴가며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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