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55) 독일 총리가 세계 최고 '파워 우먼'임이 또 한번 입증됐다.
27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이 승리하면서 총리 연임이 유력해진 메르켈은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꼽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 자리를 4년 연속 독점하고 있다.
독일 사상 최초 여성 총리, 동독 출신의 첫 통일 독일 총리, 전후 최연소 총리 등 화려한 수식어도 줄줄이 달고 있다. 이제 연임에 성공하면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부럽지 않은 강력한 권력도 갖게 됐다. 메르켈은 우파 여성 정치인 대처 전 총리와 비교되며 '독일판 철의 여성'으로 불린다.
냉전시절 동독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메르켈은 1990년까지 동베를린 물리화학 연구소에서 일했다. 1989년 동독 민주화 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정치에 입문한 메르켈은 1990년 통일 후 헬무트 콜 당시 총리에게 발탁돼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한다.
정계 입문 10년만인 2000년에 드디어 여성 최초로 기민당 당수에 올랐다. 그 해 4월 비자금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기민당이 구원투수로 기용한 것이다. 메르켈은 당권을 잡은 후 콜의 '정치적 양녀'로 불리던 끈끈한 관계를 깨끗이 끊고, 콜 전 총리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이 깨끗하고 결단력 있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메르켈은 2005년 세번째 집권을 노리던 사민당(SPD)의 노회한 게르하르트 슈뢰더를 물리치고 총리에 올랐다.
재선에 도전하면서 메르켈은 또 한번 이미지 변신을 추구한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강인한 대처의 이미지를 보여주던 메르켈이 이번 총선에서 유난히 부드러운 면모를 부각하려 노력했다고 보도했다
. 메르켈은 여권운동잡지 '엠마'와의 인터뷰에서 그 동안 밝히지 않았던 가정사를 시시콜콜 털어 놓는 등 다른 면모를 보였다. 메르켈은 동베를린 물리화학 연구소 동료였던 훔볼트대 화학과 교수 요하임 자우어와의 재혼한 생활과 쇼핑 리스트, 요리 솜씨 같은 사생활을 공개하며 평범한 주부로서의 일상을 보여주려 애썼다.
이에 대해 슈피겔은 "메르켈이 총리 재임기간 여성권익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선거가 임박하자 부드러운 이미지로 여성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려 한 것은 영악한 전략"이라는 독일 여성계의 반응을 전했다. 독일 여성 유권자는 남성보다 2백만명이나 더 많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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