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용산참사 직후 정치권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재개발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치권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강제철거 규정이 포함된 '행정대집행법'은 1954년 제정된 후 55년간 개정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명도집행 절차와 관련한 법 규정은 강제퇴거 집행자의 신분공개와 폭력행위 금지 등의 내용을 포함하지 않아 국제인권기준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단 3건의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는데, 그마저도 소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상가 세입자들의 권리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가 세입자들이 수천만원의 권리금을 주고 받는 관행을 법률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민주당 김희철 의원이 이를 보상대상으로 포함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4월 국회에 제출했으나 역시 상정되지 않았다.
철거민들이 정당한 영업보상비를 받지 못할 경우 강제로 퇴거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6월 국회를 통과한 것이 그나마 이뤄진 작은 성과다.
이 같은 재개발제도의 문제점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보다 뚜렷해진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은 재개발 때 저소득 세입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세입자들의 이전 주택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강제로 철거하지 않도록 법률로 보장하고 있다.
일본도 재개발사업을 추진할 때는 사업시행 후 임대하는 건물에 대해 세입자에게 임차권을 우선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