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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눈물바다속 1차상봉 종료/ "살아있어라" 꿈같은 만남뒤 기약없는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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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눈물바다속 1차상봉 종료/ "살아있어라" 꿈같은 만남뒤 기약없는 작별

입력
2009.09.2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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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상봉을 곧 종료하겠습니다."

이산 60여년 만에 2박3일 짧은 만남을 가졌던 남북의 가족들은 28일 금강산호텔 작별 상봉장에서 행사 종료를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서로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쏟았다. 오전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이산가족 1진 작별상봉 행사가 진행된 호텔 2층 연회장은 눈물바다였다.

22년 전 동진호를 탔다 납북된 동생 성호(48)씨를 껴안은 남측 누이 노순호(50)씨는 아무 말도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제는 눈물도 안 나온다"고 말하던 남동생도 눈가를 훔쳤다. 순호씨는 "남매가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게 가슴 아프다. 이런 기회가 또 있는 것도 아닌데"라며 눈물을 쏟았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국군포로 형 이쾌석(79)씨와 남측의 동생 정호(76)씨는 "우리 헤어지는 순간까지 울지 말자"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하지만 마지막 상봉이 끝나고 등을 돌리는 순간 끝내 눈시울을 적셨다. 쾌석씨의 넷째 동생 정수(69)씨는 "통일 되면 내 칠순 잔치와 형님 팔순 잔치를 함께 합시다. 그 때까지 꼭 건강하셔야 해요"라고 연신 당부했다.

남측의 이동운(84)씨는 두 살 때 헤어진 북측 딸 경애(60)씨의 손을 잡고는 목이 메었다. 이씨는 상봉행사 때 찍은 사진을 딸에게 건네며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했다. 또 "이 사진을 어머니 산소에 가서 꼭 보여줘라. 네가 시집간 것도 못 본 나를 용서해라. 꼭 다시 만나자"며 기약 없는 이별을 아쉬워했다.

북측의 딸 문복길(73)씨를 만난 남측 임만엽(91) 할머니는 1, 2년 전부터 정신이 흐릿해져 상봉 기간 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 상봉인 이날 갑자기 정신이 맑아졌다. 그는 딸에게 남측의 며느리가 마련해준 금반지를 끼워주고 "왜 이리 늙었니"라며 굵은 눈물을 흘렸다.

남측 석찬익(89)씨는 북측의 손자 광일(34)씨 손을 잡고 몸이 불편해 행사에 나오지 못한 북녘 아내에게 애타는 그리움을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할머니한테 전해. 내가 큰 기대 가지고 왔는데 만나지 못해 얼마나 섭섭한지. 할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다고. 많이 보고 싶다고."

행사가 종료되고 남측 가족들이 버스에 오른 후 창문을 통해 손을 부여잡은 남북 가족들은 차마 손을 놓지 못했다. "건강해라" "살아 있어라" 등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남측 가족들은 이날 오후 속초로 귀환했다.

한편 남북 이산가족 2차 행사는 29일부터 10월1일까지 역시 금강산에서 열리며 북측 99명이 남측 가족 432명을 만나게 된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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