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1,000만 관객 영화로 여름 극장가를 장악했던 '해운대'가 극장에서 서서히 물러나고 있다. 27일까지 관객은 1,146만명(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집계)이다. 1,000만 영화 중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 영화의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점 등에서 '해운대'가 남긴 긍정적인 의미는 크다.
특히 충무로를 쥐락펴락하는 CJ엔터테인먼트에게 '해운대'의 흥행 성공은 의미심장하다. '해운대'의 1,000만 클럽 가입은 CJ엔터테인먼트의 업계 위상을 공고히 한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2000년 창사 이후 1등 투자배급사임을 자부해 왔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1,000만 영화가 한편도 없었다. 기존 1,000만 영화 4편은 라이벌 쇼박스('태극기 휘날리며' '괴물')와 시네마서비스('실미도' '왕의 남자')의 몫이었다. 큰손 행세를 해왔음에도 이렇다 할 간판 영화가 없었던 셈이다.
CJ엔터테인먼트가 환호작약할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운대'의 예상 극장 매출액은 대략 800억원이다. 극장이 매출액의 절반을 가져가는 관례를 적용하면 400억원이 남는다. 그 중 배급수수료(매출액의 10% 가량) 40억원을 CJ엔터테인먼트 몫으로 제하고, 남은 360억원을 제작사 JK필름과, CJ엔터테인먼트 등 투자사가 사전에 맺은 계약에 따라 나누게 된다.
요즘 제작사와 투자사의 일반적인 수익 배분비율은 4대6이다. 이에 따르면 CJ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8개 투자사가 최소 246억원(배급수수료 포함)을 벌게 된다. 외견상 JK필름도 100억원 안팎의 뭉칫돈을 쥐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리 녹록하게 돌아갈까. CJ엔터테인먼트는 공동제작에 이름을 올려 더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는 조치를 미리 취해놓았다. 이 때문에 "실제 수익 배분비율은 2대8" "JK필름에는 고작 3억원만 돌아갈 것" 등 뒤숭숭한 괴담이 충무로를 떠돈다. 결국 재주는 JK필름이 넘고, 돈은 CJ엔터테인먼트가 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해운대'의 흥행을 바라보는 충무로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러다 제작사들이 CJ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의 콘텐츠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제작사로 흘러가는 돈줄이 마르다 보니 영화의 생명인 창의력도 덩달아 쇠퇴한다는 한숨 섞인 푸념도 나온다. 어디선가 오랫동안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충무로가 '해운대' 흥행에 마냥 박수를 보낼 수 없는 이유들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