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도사' '트위터 전도사' '아이폰 전도사'... 허진호(사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지난 주부터 그에겐 '대안금융 전도사'란 타이틀이 하나가 더 붙었다. 금융 소외자들에게 투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빌려주는 웹사이트 팝펀딩(www.popfunding.com) 대표를 21일부터 맡았기 때문이다.
허 대표는 1994년 국내 최초의 인터넷서비스업체(ISP)인 아이네트를 창업해 우리나라에 '월드와이드웹(www)을 소개한 국내 인터넷업계 창업 1세대다. 83년 카이스트(KAIST) 대학원 재학 시절, 전길남 교수의 제자로 국내 최초의 인터넷망(연구용)인 'SDN'을 구축하는 데 참여했다. 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을 3년째 맡아 인터넷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으며, 현재 네오위즈인터넷 대표도 맡고 있다.
28일 서울 역삼동의 팝펀딩 사무실에서 만난 허 대표는 "네오위즈인터넷이 투자할 인터넷 기업을 물색하다 팝펀딩이라는 회사를 알게 됐다"면서 "공익성도 있으면서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점이 마음에 들어 이틀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부업체나 고리 사채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는 금융소외자들을 도우면서 투자자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팝펀딩의 사업 모델은 그에게 획기적으로 아이템으로 다가왔다. 그는 "평소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져왔다"면서 "회사 규모와 인지도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싶어 투자뿐 아니라 직접 경영에 뛰어들게 됐다"고 밝혔다.
허 대표는 팝펀딩 대출자의 절반 이상이 10등급이며 전체의 44%는 면책, 회생, 워크아웃 등 이른바 '특수기록'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특수기록자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미소금융'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되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팝펀딩에서 빌린 돈을 대부분 성실하게 갚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대손률(금액 기준)은 4.5%에 불과하다.
허 대표는 "투자자 한 사람의 건당 투자금액을 9만9,000원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300만원만 빌려도 서른 명의 채권자가 생긴다"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채무자의 상환의지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팝펀딩에서 돈을 빌린 금융 소외자들에게는 '신용점수 상승'이라는 보너스도 있다. 투자자들의 자금은 일차적으로 제휴 중인 저축은행에 담보로 제공되고, 저축은행은 떼일 위험 없이 낙찰자에게 대출을 해 준다. 형식상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빌리는 셈이므로 성실하게 갚으면 신용점수를 쌓을 수 있다. 팝펀딩은 외국의 유사 서비스와 달리 투자자들의 이익에서 수수료를 떼지 않는다.
허 대표는 "시간이 부족한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높은 투자자들을 따라서 투자하는 서비스나 이미 대출해 준 투자자들의 대출채권을 만기 전에 거래하는 공간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식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새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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