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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상고심' 전관 약발 이번엔 안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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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상고심' 전관 약발 이번엔 안 먹혔다

입력
2009.09.2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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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의원들의 선거법 위반 등 상고심을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독점적으로 수임했지만, '당선 무효형'또는 '의원직 상실형' 선고가 내려진 원심 판결이 뒤집힌 사례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관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28일 본보가 18대 국회의원이 피고인인 상고심 형사사건 22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관 변호사들의 상고심 독점 현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나란히 대법관을 지낸 손지열, 박재윤 변호사는 각각 6건과 5건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며 국회의원 사건의 절반을 수임했다.

김앤장 소속 손 변호사는 이무영ㆍ구본철ㆍ윤두환ㆍ김종률 전 의원, 그리고 안형환 의원의 상고심 변호를 맡았고, 현재는 정몽준 의원의 상고심을 맡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박 변호사는 김일윤ㆍ김세웅ㆍ서청원ㆍ정국교ㆍ박종희 전 의원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법원 안팎에서는 '금배지' 상실 위기에 놓인 의원들이 무죄나 법리오해 취지의 파기환송을 끌어낼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관례적으로 최근에 퇴임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퇴임한 대법관들이 감사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 석좌교수 등 변호사가 아닌 쪽으로 진출한 경우가 많아, 대법원 사건에서는 전관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것도 이들이 수임을 사실상 독점하는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대법원의 재판 결과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의원들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손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겼던 의원 4명은 원심의 당선 무효형 또는 의원직 상실형이 모두 대법원에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안형환 의원은 사건이 파기환송됐으나 무죄 취지가 아닌 법 조항 적용 잘못 때문이었고,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박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 5명의 의원 역시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됐다. 또 대부분 사건에서 2~3개월 만에 신속하게 확정 판결이 나와 전관 선임이 의원직을 연장해 주는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갈수록 선거범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전관들이 항소심이나 상고심 변론에서 이름 석자만으로 힘을 발휘할 여지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18대 국회 들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의원 16명 중 항소심에서 구제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17대 국회 때 20명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음에도 그 절반인 10명만 최종적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던 것과 비교된다.

법원 관계자는 "전관 변호사만 선임하면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일반의 기대가 깨진 셈"이라며 "법원 내부적으로 선거범죄에 대해 엄격한 양형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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