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은 150가지가 넘는 소스가 펼치는 각색의 향연이다. 특히 자연에서 채취해 발효한 다채로운 장류는 한국 음식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핵심 수단이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식 소스의 세계화가 곧 한식 세계화와 동의어라고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오무(한국장류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매일식품 대표와 서정옥(경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서정쿠킹 대표는 한식 세계화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매일식품은 베트남의 라면 제조 업체인 '아시아 푸드 테크놀로지'와 손잡고 7월 20일 현지 공장을 준공했다. 이 공장에서는 11월부터 간장이 생산된다.
그는 간장 공장을 코카콜라 방식으로 운영키로 했다. 한국에서 만든 간장 원액을 이 공장에 보내면 이곳에서는 농도와 염도를 조절하는 방법이다. 이 공장을 통해 향후 5년 간 500만달러 이상의 원료와 간장 설비 수출이 기대된다. 그는 "간장을 외국에서 만드는 데 이보다 더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없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서 대표의 방식은 조금 다르다. 그는 최근 G푸드(대표 이재호)와 손잡고 장류의 맛과 품질을 보존한 분말 소스를 개발했다. "장류가 적도를 넘어가게 되면 변질되는데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말 소스 밖에 없습니다."
일본 정부의 경우 스시의 세계화를 위해 기본이 되는 식초물의 체계적 생산 방식을 만들었다. 또 엄격한 검증을 통과한 식초물을 써야 정통 스시로 인정하고 있다. 서 대표의 분말 소스는 이런 일본의 방식을 활용한 것이다.
두 사람은 한국 장류의 세계화가 척박한 한국 농업의 새로운 희망이라고 입을 모은다. "쌀을 제외한 콩이나 밀 등 주요 곡물의 자급률이 10% 내외에 불과합니다. 한국인들의 한식 소비 비중이 줄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 장류를 해외에 수출하는 길을 하루 속히 트지 않으면 우리 농업의 내일은 더욱 암담해 질 겁니다."(오 대표)
"지금까지 한국의 수출은 전자제품 자동차 조선 등에 집중되어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식 문화로 눈길을 돌려야 합니다. 농산물은 물론, 장류 등 가공식품에 기술과 인력까지 수출하면서 한국의 전통문화까지 알리는 고부가가치 국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요."(서 대표)
두 사람의 비전이 그냥 개인의 생각이 아닌 한국의 미래가 됐으면 하는 것이 기자만의 기대는 아닐 것이다.
김대성 기자 lovelily@hk.co.kr
■ 이웅규 교수가 본 오 대표와 서 대표
오무 매일식품 대표와 서정옥 서정쿠킹 대표는 모두 한국 장류의 세계화를 위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선구자다.
오 대표의 어머니인 김방씨는 1945년 8월 전남 순천시 장천동에서 '김방장유 양조장'을 세웠다. 매일식품은 바로 이 회사를 모태 만들어진 업체. 따라서 오 대표는 어머니의 손맛을 중시한다. 회사의 슬로건도 '맛있는 장맛'이다. 그러나 오 대표는 그저 옛 것에만 집착하지는 않는다. 전통의 현대화를 위해 첨단 생산 기법을 도입하고,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서 대표는 홈플러스에 불고기 소스를 공급하는 요리 연구가로 출발했다. 이후 그는 한국 전통 방식으로 식혜와 수정과를 생산하는 서정쿠킹을 만들었다. 그리고 G푸드와 손잡고 장류 수출을 위해 분말형 소스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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