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억 한둘 있다. '치통(혹은 복통)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데 집에 진통제(혹은 소화제)는 없고 약국도 문을 다 닫았을 때, 물파스 사려고 차 타고 약국 갈 때….' 외국생활 경험자라면 급한 맘에 24시간 편의점을 찾을 테지만 돌아오는 답은 똑같다. "안 팔아요."
그러나 홍콩 등 외국은 다르다. '쇼핑 천국' 홍콩은 편의점도 천국이다. 50m마다 보일 정도로 밀집해있다. 24일 찾은 홍콩섬 완차이(Wan chi) 지구의 평범한 편의점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판매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감기약과 진통제 소화제 파스 등 단순의약품이 종류별로 촘촘히 진열된 '미니 약국'(사진)이다.
처방전 문화가 정착된 국내에선 생소한 공간이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주변에 약국이 없어도 가까운 편의점에서 약을 구할 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실제 어려운 상황을 겪어보지 않으면 '편하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 터. 약품 포장에 성분 용법 작용 주의사항 등이 자세히 적혀있어 안전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우리와 달리 편의점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 받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도 비슷한 시스템이다. 일본은 약사법 개정을 통해 일정기간 관련교육을 받으면 올 6월부터 단순의약품을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에서 팔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는 1993년부터 단순의약품의 약국 외 장소 판매를 검토하고 있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
단순의약품 판매는 택배도 가능하고, 국세도 받고 자동차까지 팔아 만능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편의점이 여전히 갖추지 못한 부분이다. 편의점협회 관계자는 "자동차도 팔고, 지하철 역무실 역할까지 겸하는 우리나라 편의점지이만 의약품부분에서는 여전히 후진국수준이라는 사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홍콩=글ㆍ사진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