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나란히 개봉하는 영화 '벨라'와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에는 한국 관객이 보면 불편할 장면이 있다. '벨라'의 여주인공이 잡화점에 들어가자 주인과 손님이 거스름돈 때문에 다투고 있다. 손님은 10달러를 냈다고 하는데, 주인이 아니라고 하자 화가 난 손님이 말한다. "이봐, 한국인, 당신 나라로 돌아가." 그러자 주인이 말한다.
"저는 중국인인데요." 손님이 씩씩거리며 나간 후 돈 통을 열어보니 10달러가 있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의 병원 장면에서는 휠체어에 앉은 노인이 동양인 물리치료사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한국전쟁 때 너 같은 놈 많이 죽여봤어." 물리치료사가 말한다. "저는 중국인입니다." 그들이 한국인을 싫어하는 이유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 장면들은 두 영화에서 그냥 지나쳐도 좋을 만큼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다. 하지만, 그 대목에서 드러나는 한국인에 대한 적대감은 손톱 밑의 작은 가시처럼 신경이 쓰인다. 과민반응일까.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인을 부정적으로 그린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마이클 더글러스가 주연한 '폴링다운'(1993)이다. 주인공이 한국인 가게를 때려부수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하는 이 영화는 국내 시민단체의 반발에 제작한 지 4년이 지난 1997년에야 국내에 개봉됐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똑바로 살아라'(1997)에서 한국인은 백인보다 더한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려 흑인들의 공격을 받는다.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크래쉬'도 한국인을 돈벌레로 그리고 있다.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지난해 개봉작 '스트리트 킹'은 한국인 비하와 인종차별적 내용이 문제가 되자 직배사인 20세기 폭스 코리아가 기자들에게 이 부분을 기사화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해 오만한 홍보라는 비난을 샀다.
EBS국제다큐영화제의 심사위원장으로 최근 내한했던 톰 앤더슨 캘리포니아예술대 교수는 "한때 유대인을 때리던 할리우드 영화의 인종주의가 요즘은 한국인을 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왜 그리 되었을까. 언젠가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근사한 한국인을 보고 싶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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