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살림 규모가 올해 본예산보다 2.5% 늘어난 291조8,000억원으로 짜였다. 내년은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정상 국면으로의 복귀를 모색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경제 활력'과'재정 건전성'이라는 상충되는 두 과제의 조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금융위기에 따른 한시적 비상조치들을 축소하면서 올해 본예산보다는 많고 추가경정예산보다는 3.3% 줄어든 살림 규모를 내놓은 데서 정부의 고민이 엿보인다.
분야별로는 복지 예산 증가율(8.6%)이 총지출 증가율의 3배를 넘는 등 서민생활 안정과 사회안전망 확보에 역대 최고 수준의 예산을 투입한 게 돋보인다. 예산 감축을 놓고 장ㆍ차관이 갈등을 빚었던 국방예산 증가율을 3.8% 수준에서 묶은 것도 바람직하다. 당초 국방부가 제출한 7.9% 증액안에 비해선 절반가량 줄었지만, 경영 효율화에 입각한 안정적 국방사업 추진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아쉬운 점도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4조8,000억원으로 0.3% 늘었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빼면 올해 본예산보다 12%나 줄어 지방의 주요 SOC 사업들이 우선 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적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4대강 살리기와 복지 예산에 밀려 교육과 중소기업 분야가 희생양이 된 측면도 있다. 특히 신용보증기금 출연금 등 중소기업 관련 예산이 10.9%나 삭감돼 한계 중소기업의 퇴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재정 건전성 악화다. 당분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불가피해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 4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정부는 20011년 이후 5% 성장을 전제로 2013년부터 균형재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내년부터 출구전략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세계경기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은 탓이다.
돈은 벌기는 어렵지만 쓰기는 쉽다. 내년 5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정책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나눠먹기식 예산 집행이 되지 않도록 국회가 철저히 심의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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