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수를 이끄는 소비자들의 선택은 가격 경쟁력보다 편의성이었다. '무료 배송 서비스' 등을 앞세운 대형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높은 추석 선물 판매 실적을 발표하면서 조심스레 내수 경기 회복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면 저렴한 가격과 훈훈한 인심이 강점인 재래시장은 여전히 썰렁해 추석 대목 양극화는 올해도 계속됐다.
▦서비스 공세로 백화점ㆍ마트 활기
추석을 일주일 여 앞둔 25일. 선물세트 판매가 정점에 달하는 시기답게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지하 2층 선물 특설 매장은 정오부터 인파로 북적댔다. 각 제품이 차곡차곡 전시된 매장 한 편의 배송 접수 부스에선 상담원 10여 명이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컴퓨터 화면을 고객 쪽으로 돌려놓은 채 배송지 주소를 입력 중이었다. 표시등에 자신의 번호가 뜨길 기다리며 신청 용지에 선물 받을 이의 주소를 적고 있는 고객도 수십 명이나 됐다.
이곳에서 만난 전경화(29)씨는 "일상은 바쁘지만 선물의 정성은 돋보였으면 하는 마음에 물건의 포장 상태가 좋은 백화점을 찾게 된다"며 매장을 둘러본 지 20여 분 만에 수삼ㆍ더덕세트 등 5개의 선물세트를 구입했다.
올해 유통가의 추석 선물 판매는 '백화점 특수'라 해도 좋을 만큼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 신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8일부터 추석 D-9일인 24일까지 판매된 선물세트 매출이 전점 기준으로 전년(8월 30일~9월 5일) 대비 34.9%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18일~24일 추석 선물 판매 실적은 건강식품(83.4%)과 정육(49.1&) 매출 신장 등에 힘입어 전점 기준으로 전년(8월 30일~9월 5일)보다 45%나 더 팔려 나갔다. 현대백화점 역시 홍삼(132%), 한우(51%)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18일~24일의 선물세트 판매가 지난해(8월 30일~9월 5일)보다 51% 늘었다.
대형마트도 추석 행사 초반 기업 차원의 대량 구매 수요가 전년보다 늘면서 실적이 호전됐다. 신세계 이마트의 17일~24일 선물 세트 매출은 지난해(8월 29일~9월 5일)보다 75% 늘었다. 다만 매년 명절 3~6일전 사이의 판매 실적이 전체 선물세트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해 왔기 때문에 경기회복의 기대심리가 실물경제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수 실종' 재래시장
24일 오후에 찾은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내 '서울 원아동복' 상가. 추석 대목이 기대되는 시기지만 1,000원~1만원까지 세일가를 적어 놓은 안내 용지가 먼저 눈에 들어 왔다. 웬만한 상의나 하의는 5,000원에서 1만원 사이면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지만 각 매장별로 가격을 묻는 고객 1,2명 정도만 눈에 띌 뿐이었다.
판매원 강모(36)씨는 "8월말에 내놓은 신상품마저도 절반 가격에 '땡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최근 재래시장 가격경쟁력의 홍보가 활발해지면서 '재래시장은 무조건 싸다'는 인식이 더 강해진 때문인지 한 벌에 2, 3만원만 되도 '비싸다'며 돌아서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한복상점을 운영하는 박모(44)씨의 말도 비슷하다.
"15세 미만 아동용 한복이 3, 4만원대로 백화점 가격의 60% 수준이지만 도통 손님이 없다"면서 "요즘처럼 누구나 바쁜 시대에 배송까지 해 주는 백화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 당해 낼 수가 없어 속수무책"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대형 유통업체보다 가격경쟁력이 탁월하다고 알려진 청과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7)씨는 "풍작으로 가격대가 떨어진 사과를 중심으로 조금 팔려나갈 뿐 추석 특수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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