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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녹색기술 스마트그리드 과열경쟁은 '득보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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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녹색기술 스마트그리드 과열경쟁은 '득보다 실'

입력
2009.09.28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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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그리드는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 받는 녹색기술이다. 인류의 미래와 국가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다행이 우리나라는 올해 7월 이탈리아 G8 정상회의에서 이 기술개발과 실용화의 선도국가로 선정되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제주 구좌읍에서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가 착공되어 세계 선도 위치를 확실히 구축하였다.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프로젝트는 총 5개 사업 분야로 나눠 져있다. 그 중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로 해외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하는 '전력서비스' 분야는 효율적인 추진방법론의 설정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관련 참여주체들 간 심층논의가 필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컨소시엄 참여기업들에게 전력재판매 허용 여부에 대한 의견조정이 필요하다. 세계를 선도하는 실증단지 조성이 자칫하면 중단된 전력산업 구조조정의 재개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력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가운데 시장경제논리를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합리적 추진전략의 재정립이 있기를 바란다.

첫째,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은 전기사용자들의 니즈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멋진 첨단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서비스라 해도 고객들이 원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이다. 월평균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2만8,000원 수준이다. 첨단 기기를 설치해 전기요금을 10% 줄인다 하더라도 월 3,000원에도 못 미친다는 결론이다. 더군다나 그 기기 가격이 수 십 만원이고, 또한 사용하는 데 필수적인 통신비용이 매월 수 천원씩 발생한다면 과연 누가 이를 선택하겠는가.

따라서 이같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업체 간에 경쟁을 시키고, 경쟁을 위하여 민간의 전력재판매를 허용하고, 이에 따라 해묵은 전력산업 구조개편논쟁이 재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실증단지 내에서 전력 재판매 허용이 불완전한 구조조정의 전형으로 지금도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는 구역전기사업의 재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전력 판매분야에서 과연 '유효경쟁'이 가능 하느냐다. 전기요금은 발전비용과 송배전 및 판매비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경쟁을 통해 사업자가 줄일 수 있는 판매비용은 총 원가의 2.8%에 불과하다. 이럴 경우 유효경쟁은 제한되고, 국가차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적게 된다. 그러나 신규 고객을 확보하려는 마케팅 비용은 다른 산업의 예에서 보면 천문학적이어서 결국은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다.

혹자는 통신이나 가스 등과 결합한 상품을 제공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산업간의 교차보조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태생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이미 농사용 전력에 대한 교차보조 문제가 매년 수 천억원씩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전력 판매시장에 민간사업자 참여 등 구조조정은 어떠한 경우에도 소비자 보호가 우선되는 범주 내에서만 추진되어야 한다. 예컨대 민간사업자의 판매시장 참여확대는 전력공급의 공공성 준수 책임을 준수하는 경우에만 허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 경우 수익성을 우선 따지는 민간 사업자의 특성에 따라 결국은 공익사업자인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구입해서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구도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유력한 미래 성장동력 분야인 스마트그리드 사업 추진과정에서 점차 추진 주체들 사이의 이견으로 업체들 간 과열경쟁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효 경쟁 구도를 벗어나는 신기술사업의 과당경쟁은 언제나 실패로 끝나기 마련이다. 더욱이 스마트그리드 사업과 같은 녹색성장 사업의 실용화 추진과정에서는 유효경쟁구도 완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실증과 상용화과정은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만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 전력산업의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스마트그리드 사업 추진방법론의 조속한 정립을 바란다.

최기련 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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