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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이산가족 상봉 재개/ 비에 젖은 금강산 눈물에 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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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이산가족 상봉 재개/ 비에 젖은 금강산 눈물에 또 젖었다

입력
2009.09.2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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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11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27일 금강산에서 이틀째 일정을 이어갔다. 이산 60여년 만에 재회한 남북의 가족들은 만남의 기쁨에 감격했고, 북측 당국도 여느 때보다 부드러운 태도로 상봉을 지원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북측은 "(이산 상봉에) 상응하는 남측의 호의"를 언급하는 등 쌀ㆍ비료 지원 재개도 우회적으로 타진했다.

26일 금강산에 도착한 남측 이산가족 97명은 이날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측 가족 228명과 재회했다. 다시 만난 가족들의 사연은 하나 같이 절절했다.

북측의 딸 경애(60)씨를 58년 만에 만난 남측 이동운(84)씨는 황해 연백군에 남겨뒀던 부인이 만삭인 채 전쟁 중 폭격으로 숨졌다는 말에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남측 석찬익(89)씨는 두살배기 때 헤어졌던 아들 하준(62)씨를 만났지만 아내 정태연씨가 허리를 다쳐 상봉장에 오지 못했다는 말에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대신 아내에게 줄 금반지를 전하라며 건넸다.

북측의 두 아들 철수(61), 경수(59)씨를 만난 남측 강범락(84)씨는 자신이 아내에게 남겨두고 갔던 빨간 수첩을 다시 받은 뒤 고개를 떨궜다. 그는 "자식들에게 죄를 졌어. 아버지 소리 들을 자격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남북 가족들은 이날 저녁 남측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27일 숙소인 금강산호텔에서 2시간여의 개별 상봉을 갖고 공동 중식, 오후 상봉을 이어갔다. 28일 오전에는 작별 상봉을 마지막으로 다시 헤어지게 된다. 29일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북측 이산가족 99명이 2박3일 일정으로 남측 가족 449명을 만난다.

행사 기간 북측의 유화적 태도도 눈에 띄었다. 북측은 국군포로 납북자 등 특수 이산가족 상봉을 취재하는 남측 취재진과 불필요한 입씨름이나 기싸움을 피했고, 남측 지원단과 식사도 함께 했다.

한편 북측 적십자중앙위 장재언 위원장은 환영사에서 "6ㆍ15, 10ㆍ4 선언 이행만이 이산가족의 앞날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이제는 남북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만들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유 총재는 또 약식 기자회견에서 "북측은 질문 형식으로 '이번 상봉은 북에서 특별히 호의를 베푼 것이다. 남에서도 상응하는 호의를 표시하는 게 어떻겠나'라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쌀, 비료 등의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지원 문제는) 당국 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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