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어제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차기 회의 개최국으로 결정됐다.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로 자리잡아 가는 'G20 서밋(summit)'을 정례모임으로 격상하고, 첫 개최지로 한국을 선정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G20이 세계 경제 질서와 규율을 주도하는 대안적 실체로 등장한 뜻과 함께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보여준 우리의 선도적 역할과 성과를 인정한 결과라는 점에서, 정부가 외교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흥분할 법도 하다.
이번 개가가 중요한 것은 선진국과 신흥 개도국은 물론 6대주 주요국이 참여하는 G20이 전 세계의 이해관계를 두루 반영하는 실질적 협의체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공황과 2차대전 이후 세계 경제질서를 이끌어온 브레튼우즈 체제와 이를 주도해온 G7(G8) 등 강대국 협의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그 공백을 메우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전 세계 GDP의 85%를 점하는 G20이다. G20 정례회의 첫 개최국이 된다는 것은 그 어떤 잣대보다 확실한 국력과 국가적 리더십의 보증서다.
이번 개가를 이끌어낸 결정적 요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과 역할이다. 지난해 워싱턴 1차 회의를 끝내고 귀국한 후 당시 사공일 경제특보에게 'G20 정상회의 기획조정위원장'직함을 주고 한국 개최를 설득하는 순회특사 임무를 맡긴 것은 대표적 예다. 대통령 본인도 3차례의 G20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 반대 및 거시경제정책 공조 강화, 선진ㆍ신흥국 간의 지속가능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제 형성, 온실가스 배출등록부제 등 주요 어젠다를 던지며 발언권을 높여왔다.
G20 정상회의에 끼지도 못할 뻔했던 한국이 미국 호주 등의 도움으로 경쟁국의 견제를 뚫고 여기까지 온 만큼 책임도 크다. 위기 이후의 출구전략에 대한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선진ㆍ신흥ㆍ후진국 간의 불균형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물론 기후변화 등 지구촌 어젠다를 푸는 중재자 역할을 잘 해냄으로써 G20체제를 정착시키는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경구도 잘 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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