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현장에서 본 제3회 광주비엔날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현장에서 본 제3회 광주비엔날레

입력
2009.09.28 01:44
0 0

제3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앞에 도착하면 먼저 당황하게 된다. 시장이나 해수욕장에서 봄직한 울긋불긋한 파라솔 100개가 입구 앞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고, 밤에도 빛을 낼 것 같은 형광색으로 덧입혀진 가건물노래방에서는 한 관람객이 소리높여 부르는 자우림의 노래 '일탈'이 새어나온다.

흔히 생각하는 디자인과는 한참 거리가 먼, 이 촌스럽고 왁자지껄한 풍경이 바로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던지는 디자인에 대한 실마리다. 설치미술가 최정화씨가 꾸민 이 공간은 디자인은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우리 곁의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친근한 것임을 암시하며 본격적인 전시로 관객들을 이끈다.

'더 클루(실마리)_더할 나위 없는'이라는 주제를 내건 이번 행사는 옷, 맛, 집, 글, 소리라는 다섯 가지 주제전을 중심으로 살림, 살핌, 어울림을 주제로 한 3개의 프로젝트전으로 구성됐다. 다섯 가지 주제 즉 입고, 먹고, 살고, 배우고, 즐기는 우리 삶 구석구석에 함께 하고 있는 디자인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세계 48개국 519명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전시관 입구에서의 느낌은 '살림'전이 열리는 1관으로까지 이어진다. 입구에서 관객을 맞는 비즈니스 라운지는 정육점, PC방, 호프집 등 광주의 구청들이 압수해 보관하던 온갖 불법 간판들을 눕히고 세우고 매달아 만든 것이다.

전시장 바닥에는 빗자루, 파리채, 장바구니, 손톱깎이, 성냥갑 등 온갖 잡동사니들이 줄지어 누웠다. 자원봉사자 4,700명이 손뜨개한 형형색색의 수세미 5만개가 매달려 거대한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다. 사람 냄새 가득한 재래시장의 흥겨움과 그 속의 조형미를 일깨워주는 공간이다.

눈이 아플 만큼 현란하고 시끌시끌한 느낌의 1관과 달리 '집' 주제전이 열리는 2관에서는 조용함과 어두움을 만난다. 국내외 작가 42명이 동양적 사유와 휴식의 공간인 담양 소쇄원을 한국 전통건축의 기본 단위인 한 칸(2x2x2m) 크기로 재해석했다.

소쇄원을 '단단하고 연약한 것의 관계'라고 정의한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는 콘크리트 블록 위에 휘어지는 쇠파이프를 꽂아 대나무 숲을 형상화했고, 토머스 슈로퍼는 사선으로 잘라 붙인 대나무집에 빛을 통과시켜 '순수한 정신의 공간'을 만들었다.

화강암 속에 고인 물을 통해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소쇄원을 표현한 시인 황지우씨, 소쇄원 제월당 바닥에서 춤추는 무용수의 영상을 선보인 무용가 국수호씨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도 아이디어를 모았다.

4관의 '맛' 주제전은 묘한 냄새로 가득하다. 된장, 간장, 고추장을 재료로 활용한 그림들, 그리고 숭례문 광장을 형상화한 설치물 가운데로 넘쳐나는 붉은색의 말린 고추 덕분이다. 오방색을 기본으로 한 전통 상차림과 음식을 높이 쌓아올린 의례상 등이 우리의 음식이 가진 시각적 아름다움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벽에 걸린 오래된 상과 소반 위에는 민화 속 음식 그림들이 그려졌고, 오징어를 오려 만든 화려한 장신구와 꽃들도 눈을 즐겁게 한다. '글' 주제전은 세종대왕을 '디자이너 이도'로 부각시키면서 한글의 창제 원리부터 시대에 따라 다양해지는 한글 서체 등을 조명했고, '옷' 주제전에서는 1,000개의 목각 인형들에 1,000벌의 한복을 입혔다.

'살핌' 프로젝트전에서는 높이가 조절되는 세면대, 휠체어 바퀴를 쉽게 돌리게 해주는 보조 기구, 입으로 물 수 있는 볼펜 등 장벽을 넘도록 도와주는 디자인 용품들을 볼 수 있다.

전시장 내부에만 디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나무를 가로로 눕혀 그 위에 관람객들이 앉을 수 있도록 만든 휴게실, 화순 운주사의 탑을 형상화한 티켓 부스 등 곳곳에서 디자인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전시를 설명하는 텍스트가 부족하거나,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관람객들에게 다소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준다. 개막 전 주최 측이 강조했던 이세이 미야케, 장 폴 고티에 같은 유명 디자이너들의 이름은 전시의 본질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 11월 4일까지. (062)608-4224

광주=글·사진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