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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 우울한 추석… "우리끼리 송편이라도 빚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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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 우울한 추석… "우리끼리 송편이라도 빚어야죠"

입력
2009.09.25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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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아동 청소년 71명이 생활하는 서울 금천구의 A 보육원. 평소 이곳을 후원하던 금천 로타리클럽 회원 8명이 라면 30박스를 들고 찾아왔다. 아이들과 1시간 가량 다과를 나누며 얘기꽃을 피운 회원들은 조촐한 명절 분위기를 내고 돌아갔지만, 보육원 관계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추석이 코 앞에 다가왔지만, 후원 행사 신청이 이날 단 한 건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난 속에서도 기업이나 사회단체 10여개 팀이 줄지어 찾아왔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보육원 관계자는 "복지시설은 후원 행사를 통한 기부 비중이 큰데, 올해는 신종플루 탓인지 행사 자체가 없다 보니 후원금이나 물품 지원이 지난해 50~70%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하소연했다.

추석이면 떠들썩하던 보육원 노인복지관 등의 후원 행사가 썰물처럼 사라지고 있다. 온라인 모금단체 등을 통한 기부는 꾸준히 느는 데 반해 신종플루 탓으로 후원 행사를 통한 직접 지원이 대폭 줄어 든 것이다. 기업체들의 후원 행사에 크게 의존했던 일선 복지 시설들로선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울상이다.

지난해 추석 행사를 통해 두 기업체로부터 3,000만원씩의 후원금을 받았던 서울 B노인복지관의 경우 올 추석엔 아직 후원금이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다. 한 기업체가 행사 없이 100만원 정도의 기부를 고려하고 있다고 연락해온 게 고작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매년 10월 초 지역 노인들을 초청해 경로축제를 여는데, 올해는 어르신들 간식도 마련하기 어려울 것 같아 행사를 열어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서울 C 보육원 관계자도 "추석을 앞두고 매년 3~4개 단체가 찾아왔지만 올해는 단 한 건도 없다"며 "올 추석은 아이들끼리 직접 송편을 만들어 조촐하게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노인복지관이나 보육원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후원 행사가 급감한 것은 무엇보다 신종플루 탓이 크다. 복지시설 이용자들이 주로 노인과 아이들로 신종플루 고위험군이다 보니 시설 측도 조심스럽긴 하지만, 행사를 갖겠다는 제의 자체가 아예 끊겨 버린 것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신종플루 영향으로 물품 지원도 쌀이나 과일 대신 마스크나 손 세정제가 주로 들어온다"며 "정작 필요한 물품 지원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일선 복지시설들이 후원금을 지원받는 대부분의 통로가 연말연시나 명절 때 이뤄지는 '후원 행사'다 보니 후원금의 물길 자체가 막혀버린 셈이다. 한 보육원 관계자는 "한해 후원금의 90% 가량이 기업이나 사회단체가 갖는 후원행사를 통해 들어왔는데, 기업들이 행사를 꺼리다 보니 후원금도 없어졌다"며 "후원금이 들어와야 아이들 병원 치료를 할 수 있는데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반면 온라인 기부를 받는 모금 단체에 대한 기부는 경기 회복 등으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올해 8월 모금액은 70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4억8,000여만원)에 비해 6억원 가량이 늘었다. 모금회 관계자는 "온라인 기부 문화가 정착하고 있는데다 신종플루 영향을 받지 않아 기부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선 복지시설들로선 더욱 쓴맛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 복지단체 관계자는 "모금단체들이 최근에는 복지시설에 대한 지원보다는 직접 아동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직접 지원에 의존하는 복지시설이 여러모로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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