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방미 중 연설을 통해 제안한 북핵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방식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불협화음을 빚는 것으로 비치자 양국이 서둘러 봉합에 나섰다. 양국은 어제 이구동성으로 이견이 없으며 긴밀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당초 미 국무부가 "그의 정책"(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 "처음 듣는 얘기"(커트 캠벨 동아태차관보) 등의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은 무엇인가. 의사소통 장애든 사전조율 부족이든 뭔가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실 그랜드 바겐 방식과 미국이 6자회담 참가국들과 협의해온 포괄적 패키지 딜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경우 정치ㆍ군사적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한다는 게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 딜이다.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국제지원을 본격화하는" 이 대통령의 일괄타결 방안 내용 거의 그대로다. 6월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 포괄적 해결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미묘한 차이점도 있다. 미국의 패키지 딜이 북한의 선 비핵화에 강조점이 있다면 이 대통령의 일괄타결 방식은 비핵화와 포괄적 지원의 동시성이 초점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원샷 딜'이라는 표현을 쓰는 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북 불신이 강한 미국이 우려할 만하다. 정부는 주한 미국대사대리에게 이 구상에 대해 사전 설명을 했다지만 이런 차이가 충분히 전달됐는지 의문이다. 소통장애를 의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북한의 병적인 대외 불신과 의심을 감안할 때 먼저 핵을 폐기하고 포괄적 대가를 받겠다고 할 그들이 아니다. 동시적인 일괄타결 방안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보다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6자회담 참가국들 간 불신 해소와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일괄타결 방안은 공염불이 되기 쉽다. 북핵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정부의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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