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받는 수당 중에 '입법활동비'가 있다. 국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데 쓰라고 주는 돈으로 매월 180만원에 달한다.
국회의원이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 이 돈은 어떻게 될까. 일단 입법활동보다는 장관업무에 매진하게 되므로 상식적으로 입법활동비를 받아서는 안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4일 국회 사무처에 직접 의뢰해 입법활동비 지급 내역을 확인한 결과, 김영삼 정부 이후 현재까지 총 42명의 장관 겸직 국회의원이 한 명도 빠짐없이 매달 입법활동비를 꼬박꼬박 받아갔다. 총액으로 7억6,000여 만원에 이른다. 장관이 될 경우 국회의원으로서 지급되는 다른 수당은 일체 금지하면서 유독 입법활동비만 계속 지급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
이에 대해 국회 사무처는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경비"라고 설명했다. 장관직무를 하고 있지만 의원직을 갖고 있으니 주는 보너스쯤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혹시나 싶어 의원 겸직 장관들이 내놓은 법안 내역을 살펴봤다. 참여정부 시절 9명의 총리, 장관이 총 131개월간 의원직을 겸하면서 법안 대표발의 건수는 단 1건에 그쳤다. 현 정부에서도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만이 13개월째 장관을 지내면서 공동발의 법안에 단 한 번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한나라당은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 등 실세 각료들을 겨냥해 이러한 현실을 문제 삼은 적이 있다.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겸직 장관은 후안무치하게 국민의 혈세를 이중으로 챙긴 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즉각 반납하라". 이번엔 한나라당 차례다. 지난 개각에서 입각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 3명이 앞으로 어떻게 처신할 지 두고 볼 일이다.
김광수 정책사회부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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