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유럽의 심장으로 불리는 체코 프라하 교외. 지멘스, 폴크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업체의 현지 공장 간판이 눈에 들어 온다. 유럽 통합 이후 값싼 노동력과 지리적 여건이 부각된 뒤 세계의 공장 지대로 자리잡은 체코와 헝가리로 다국적 기업이 몰려 들고 있는 것이다.
#. 프라하에서 동쪽으로 고속도로를 5시간 달려가면 나오는 오스트라바시(市) 노소비체. 3년전만 해도 한적한 시골 마을이던 이곳은 요즘 활기에 넘친다. 현대자동차 최초의 유럽 공장 준공이 눈앞에 다가섰기 때문이다. 파베르 미칼(71)씨는 "2차대전때 기차와 소총을 생산할 정도로 활기찬 공업지대이던 이곳이 오랫동안 쇠락했었는데, 이제 '윤다이'(현대차 현지인 발음) 덕분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차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유럽에 현지 교두보를 확보하고 '글로벌 빅5' 진입의 시동을 걸었다. 24일(현지시간) 체코 오스트라바(Ostrava)시 인근 노소비체(Nosovice)에서 연간 3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체코 공장의 준공식을 개최한 것. 이로써 현대ㆍ기아차는 1997년 터키를 시작으로 인도(98년), 중국(2002년), 미국 앨라배마(2005년)와 슬로바키아(기아차ㆍ2006년) 등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작업의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2011년 예정으로 추진 중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건설이 마무리되면 현대차의 해외 생산능력은 303만대에 달하며 국내 설비(311만대)까지 합칠 경우에는 연산 610만대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와 관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날 준공식에서 "2012년까지 65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일본 도요타의 생산능력이 897만대, 미국 GM이 779만대, 독일 폴크스바겐과 르노-닛산의 능력이 각각 627만대와 609만대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글로벌 빅4'까지 진입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또 "체코 공장은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유럽 전략 모델을 생산,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의 핵심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준공식에는 블라드미르 토쇼브스키(Vladmir Tosovsky)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과 현대차의 양웅철 사장, 고승헌, 김봉경 부사장 등 체코와 한국의 고위 관계자 500여명이 참석했다. 토쇼브스키 장관은"현대차에 대해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총 11억2,000만유로(약 1조2,000억원)가 투입된 체코 공장에서 유럽 전략형 차종을 생산해 유럽 전역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 공장에서는 현재 i30이 생산되고 있는데 곧 소형 'MPV 벤가'(프로젝트명 YN)를 추가로 생산, 올 연말까지 총 14만대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유럽 판매 물량 대부분을 인도 현지공장에서 생산해 왔는데, 체코 현지 생산을 통해 물류비 절감과 함께 환리스크 감소로 획기적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에는 소형 신차를 추가로 생산, 체코 공장이 유럽공략의 전초기지는 물론이고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체코공장의 면적은 총 200만㎡(60만평)에 달한다. 또 프레스와 차체, 도장, 변속기 공장 등 생산설비와 창고, 출하검사장 등 부대시설까지 포함하면 공장에 들어선 건물의 면적은 21만㎡(7만6,000평)를 넘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에 완공된 체코 공장은 2년전 가동에 들어간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과 약 85km 정도 떨어져 있다"며 "두 공장의 지리적 인접성 때문에 19개 동반진출 협력업체의 부품 공유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체코 오스트라바 노소비체=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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