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방송공사 EBS와 관련된 짧은 퀴즈 몇 개. EBS는 무슨 돈으로 살림살이를 꾸려갈까? EBS는 도대체 몇 개의 채널을 갖고 있을까? 그 방송사도 여의도에 있을까? EBS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은? EBS는 전국에 지국을 몇 개나 가지고 있을까?
3개 이상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EBS 사장 후보 공모에 응해도 된다. '지식 채널'로 젊은 가슴들을 꿈틀거리게 했고, '스페이스 공감'을 통해 우리를 춤추게 했지만 우리는 EBS를 잘 모른다. 그 살림살이에 대해서도 무관심한 편이다.
이런 무관심에 편승한 탓일까. EBS 굴욕 사건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EBS 새 이사장이 호선됐다. EBS 시청자위원회의 우려 성명과 함께 제작진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이사장으로 선임된 이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장관 검증과정에서 낙마를 한 인사다. 게다가 EBS와 이해관계를 다툴 여지가 있는 회사의 사외이사이기도 하단다. 여기에 경쟁의 여지가 적잖이 있는 타 방송사 사장도, KBS 사장 교체 과정에서 분란의 여지를 남겼던 이도 이사로 선임됐다. 5개 채널을 운용하고 있는 EBS를 굴욕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밖에.
EBS의 굴욕은 그에 그치지 않는다. 새 임기를 시작할 사장을 공모했지만 적격자가 없어 2차 공모에 들어갔다. 1차 공모에는 EBS가 사설학원방송쯤으로 여겨질 정도의 인사들이 응모했다고 한다. 방송사 내부에서 사장 후보들의 면면을 대하고는 '참담하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EBS의 위상이 한없이 쪼그라들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송신설비도 없이 송신을 KBS에 의존하고 있고, 수신료의 3%로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EBS로서는 그 사정에 능통한 전문가를 절실히 요청해 왔다. 타 지상파 공영방송의 빈틈을 메우려 동분서주해온 제작진들은 자신을 보듬어줄 전문가를 기다려 왔다. EBS의 위축을 걱정해온 시민사회도 그런 사장, 이사진을 염원해왔다. 하지만 그런 기대, 염원, 요청은 모두 무산되고 말았다.
이 같은 굴욕은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EBS의 이사진 및 사장 선임권을 지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몇몇 예언을 흘렸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EBS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중요 수단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었다. EBS의 위상은 하루아침에 입시방송으로, 정부 방침을 따라야 하는 관영형 방송으로 격하 언급된 셈이다.
교육부 산하기관이던 교육방송을 교육방송공사로 지위를 격상시켜 도곡동에 자리잡게 한 이유는 그것에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함이었다. 입시교육뿐만 아니라 전인적이며 길게 가는 평생교육을 책임있게 수행해달라는 시민사회의 간절한 바람 탓이었다.
그래서 EBS 사장 재공모는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입시방송으로 전락하지 않게 하고, 학교 교육이 해내지 못한 일을 보완하고,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이에게 혜택을 주며 전인적 성장을 위해 평생교육을 해내는 EBS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의 눈초리를 보내야 할 때이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지켜야 하는 것이 때로는 시민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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