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의 수만 관중이 일제히 숨을 죽인다. 출발선에 나란히 선 두 선수는 서로를 힐끔 쳐다본 뒤 곧바로 허리를 구부리고 출발자세를 취한다. 총성과 함께 두 선수는 앞으로 치고 나온다. 멎었던 숨을 들이마시기도 전에 선수들은 이미 결승선을 통과한다. 전광판엔 '9초대'가 선명하게 새겨진다. 박수갈채에 스타디움은 떠나갈 듯하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 이 같은 장면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25일 오후 6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열리는 이번 대회에 미국 자메이카 등 육상강국 스타 90여 명과 한국선수 45명 등 140여 명이 참가한다.
최대 하이라이트이자 최대 관심사는 '빛의 대결'이다. '육상의 꽃'인 남자 100m 레이스에 '전 세계 챔피언' 타이슨 가이(27ㆍ미국)와 아사파 파월(27ㆍ자메이카)이 동시에 출전한다. 둘은 세계기록(9초58)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23ㆍ자메이카) 등장 이전에 100m 지존이었다.
가이와 파월은 지난해부터 볼트에게 밀린 게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양상은 좀 달라졌다. 가이는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골든 그랑프리 대회에서 역대 두 번째로 빠른 9초69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9초69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볼트가 세웠던 '전 세계기록'.
9초대(50여 차례)를 밥 먹듯 했던 파월도 상하이 대회에서 9초85를 찍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 21일 일찌감치 입국한 뒤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는 파월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최고기록(9초72) 경신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에서 9초대 기록이 나온다면 한국에서는 무려 21년 만이다. 한국땅에서는 88서울올림픽에서 칼 루이스(미국)가 9초92를 뛴 이후 9초대 기록이 없었다. 한국기록은 1979년 서말구가 10초34를 기록한 이후 31년째 요지부동이다.
가이와 파월 이외에도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최고봉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200m에서 3연패를 이룬 앨리슨 펠릭스(미국), 여자 멀리뛰기와 세단뛰기의 강자 타티아나 레베데바(러시아) 등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통해 2011년 제13회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 개최 가능성을 타진한다. 처음으로 야간에 대회를 치르기로 한 조직위원회는 여자 장대높이뛰기가 열리는 쪽과 100m 결승선 쪽 좌석은 유료좌석(5,000원)으로 지정했다. 또 2,07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나서 통역, 안내 등을 맡는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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