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파문을 촉발했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야간 옥외 집회 금지 조항(10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어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의 전면적이고도 무조건적인 야간 옥외 집회 불허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률로 국민 기본권을 제약하더라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은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 정신을 각인시킨 부분도 돋보인다.
헌재는 1994년 이 법 조항에 대해 "집회의 자유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야간에도 옥내 집회는 가능하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이번에 국민 기본권을 적극 보장하는 방향으로 과거와 상반된 결정을 내린 것은 진일보한 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집시법 10조는 그동안 경찰이 폭력 시위로 변질될 개연성을 이유로 야간 옥외 집회를 불허하는 근거로 이용됐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문화제 등의 형식을 빌려 야간 집회를 대신하는 편법으로 맞서 왔다. 그러나 헌재는 이 법 조항이 하루의 절반을 집회 금지 시간으로 규정해 주간 활동이 많은 국민들이 집회를 개최하거나 참가할 수 없게 함으로써 집회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고 보았다. 특히 예외적인 경우 경찰서장이 야간 옥외 집회를 허용할 수 있게 한 것은 헌법이 금지한 집회 사전 허가 행위라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으로 집시법 개정은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하며 시급한 것은 성숙한 집회ㆍ시위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헌재의 결정대로 집회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면서 집회나 시위가 비참가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고 사회의 안녕과 질서가 확보될 수 있도록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야간 옥외 집회가 가능해짐에 따라 야간 집회의 폭력화 우려도 더 커질 수 있다. 집회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야간 집회는 주최자 의도와 상관 없이 주간 집회보다 돌발적인 폭력 사태 발생에 취약한 게 사실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를 경찰이나 집회 주최자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 모색하는 것도 함께 생각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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