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개원한 로스쿨에 각계의 관심이 크다. 그 동안 로스쿨 재학생들을 여러 번 만나 아직 불투명한 로스쿨 과정과 진로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나눴다. 이제 로스쿨 제도가 올바로 정착할 수 있도록 미뤄놓았던 논의들을 마무리할 때다.
권역별 컨소시엄 구성을
로스쿨의 정상적인 운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낮은 채산성이다. 로스쿨 정원이 불과 40명에서 150명 사이라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는 다양한 강좌 개설이 불가능하고 분야별 특성화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 여건상 로스쿨들이 모든 과목을 천편일률적으로 개설해 백화점식 교육을 하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따라서 전국의 25개 로스쿨을 10개 정도의 권역별 컨소시엄으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2∼3개 대학, 예컨대 호남권의 전남대와 전북대, 그리고 서울 신촌 부근에 몰려 있는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가 각기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상호 협력을 통해 보다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다. 또 컨소시엄을 통해 교수진, 재정 및 시설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면 운영경비를 절감하고 등록금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과연 3년이라는 짧은 로스쿨 과정을 통해 법조인에게 필요한 방대한 지식과 실무경험을 습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법조인의 자질은 사법제도의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현실적으로 3년 안에 실무능력까지 갖춘 법조인을 배출하기는 매우 어렵다.
영국 독일 일본 미국 등 사법 선진국에서도 변호사 자격시험 합격 후 곧장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로스쿨 출신들의 변호사 업무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로스쿨 수료 후 최소 1~2년 간 실무수습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일정기간 법률사무소에서 상당한 보수를 받으면서 수습변호사로 근무하고, 3개월 간 변호사단체가 실시하는 집체교육을 이수한 후 개업하도록 하는 것이 변호사의 자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로스쿨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등의 유사 법조직역 문제도 시급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소송이라고 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소송대리인의 자격요건을 엄격히 정하고 있다. 소송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서비스 공급자가 많아질수록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하고 무책임하다. 잘못된 소송 수행은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과 같은 기본적 권리에 치명적인 손해를 끼친다. 따라서 유사 법조직역 문제는 법률 전문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조정,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사 법조직역 합리적 조정도
2009학년도 로스쿨 등록자 2,000명 중 비법학 전공자는 65.6%에 이른다. 특히 이공계 출신자는 19%인 378명으로, 2008년 변리사시험 합격자보다 더 많다. 이런 통계는 이제 사회의 다양한 법률 수요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변호사가 차고 넘칠 만큼 쏟아져 나오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실을 유사 법조직역 문제를 해결하는데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나무가 잘 자라도록 하려면 성장에 적합한 생태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새싹을 틔운 로스쿨이 건실하게 자라 울창한 삼림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제도적 뒷받침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김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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