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코 앞이지만 불경기에 신종플루 불안까지 겹쳐 명절 분위기가 시들하다. 이럴 때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만이라도 명절의 살가운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바꿔 보는 것은 어떨까. 울긋불긋 꽃무늬가 들어 있는 자투리 천이나 이젠 구식이 돼서 입지 않고 장롱 속에 모셔 둔 한복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동양적인 멋이 은은하게 배어나는 간단한 소품 하나 뚝딱 만들어 집안 분위기를 확 살릴 수 있다. 인테리어전문점 모노콜렉션을 운영하며 패브릭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고 있는 장응복씨가 큰돈 들이지 않고 간단하게 연출할 수 있는 한가위 인테리어 방법을 소개했다.
장씨는 "동양적인 정취를 집안에 들이는 데는 한복천을 이용한 소품만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가장 간단하게는 쿠션 커버나 방석 커버를 한복천으로 만든 뒤 갈아 끼우는 것으로도 명절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쿠션이나 방석 커버는 만들기도 쉬워서 집안에 있는 자투리 천을 죽죽 이어 붙인다는 심정으로 패치워크하면 된다.
장씨는 "흔히 인테리어를 바꾼다면 벽지를 바꾸고 가구를 새로 들이는 등 어렵게 접근하는 데 그 선입견부터 버리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대신 자기만의 안목을 살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DIY(Do It Yourself) 작업을 해 본다는 가벼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패치워크를 할 때 천의 소재를 구별할 필요는 없다. 실크는 실크끼리라거나 면은 면끼리 식의 물성에 따른 조합 원칙은 의미가 없다. 다만 동양적인 분위기에 명절의 설렘까지 살짝 얹어서 표현하려면 다소 화려한 꽃무늬와 노랑 빨강 등 따뜻한 원색 계열이 많이 든 천들을 이어 붙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오래 써 낡아 버린 이불 커버를 이용하는 것도 멋스럽다. 실크로 만들어진 이불 커버들은 보통 무늬가 화려한 데다 빈티지 느낌까지 가미돼 색다른 멋을 살릴 수 있다.
커튼의 분위기를 바꿔 보는 것도 좋다. 커튼은 워낙 표면적이 넓은 제품이기 때문에 전부를 바꾼다는 생각은 애초 버리는 것이 기본. 대신 부분적으로 커튼의 하단 일부나 가운데 일부분 정도에 천을 덧대 포인트를 주는 것으로 만족한다. 안 쓰는 조각보 보자기가 있다면 커튼 위에 시침뜨기로 적당히 붙여 주면 그만이다.
보다 대담한 인테리어 방법도 있다. 소파를 들어낸 뒤 쿠션만으로 거실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것.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다. 명절 연휴 모처럼 가족들이 모이는 공간을 한결 넉넉하고 멋스럽게 만들 수 있다.
장씨는 "요즘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적 인테리어 트렌드도 소파가 낮으면서 깊어지고 티테이블도 낮아져 거의 좌식 문화와 가까워지는 추세"라며 "다양한 크기의 쿠션과 방석들을 벽을 따라 다양하게 배치하고 티테이블 대신, 나지막한 소반을 놓아 두면 고전적 느낌이 물씬한 실내가 연출된다"고 말한다.
소반은 요즘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애정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소품으로 앤틱숍에서 구할 수 있다. 장인들이 전통 기법으로 만든 작품들은 개당 40만원 대를 호가하지만 앤틱숍에서는 절반 값 이하에 살 수 있다. 소반은 하나를 두고 쓰거나 두 개를 쌓아서 사이드테이블로 이용하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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