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어김없이 봉급 생활자의 세금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됐다. 소득세율 추가 인하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부담해야 하는 근로소득세 부담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부자건 서민이건 상관없이 누구나 부담해야 되는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부담도 확대된다.
반면 대기업들이 주로 부담하는 법인세 세수는 대폭 줄어든다. 올해 경기침체 여파이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감세 효과로 봐야 한다. 종합부동산세 세수도 매년 급감하는 추세. 이쯤 되면,'부자 감세'가 아니라는 정부의 항변이 무색한 결과다.
■ 근소세ㆍ부가세 늘고
정부는 내년 소득세 세수가 37조원으로 올해보다 9%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중 봉급 생활자들이 내는 근로소득세는 14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올해보다 6.2%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면세점 이하 근로자를 제외하고 실제 근소세 과세 대상인 근로자 1인당 연간 납부하는 세금도 올해 167만원에서 내년 176만원으로 9만원, 5.4% 늘어난다.
내년 2단계 소득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1인당 근소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임금자체가 상승(명목기준 5% 전망)할 것이기 때문. 소득이 늘어나서 세금을 더 내는 것인 만큼 마냥 아우성칠 일만은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정부 곳간을 채워주는 건 역시 투명한 유리지갑인 봉급 생활자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는 5조9,000억원으로 올해 전망보다 0.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납부하는 세금이 올해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소득세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은 양도소득세다. 올해보다 22.5% 늘어난 8조9,000억원의 세수가 예상된다. 내년에는 부동산 거래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양도세 예정신고에 따른 세액공제를 폐지한 효과도 세수 증대에 톡톡히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대표적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도 내년에는 올해보다 5%(2조4,000억원) 늘어난다. 소득 역진성이 강한 간접세의 증가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법인세ㆍ종부세 줄고
정부가 추산하는 세제개편에 따른 법인세 세수 감소분은 2조2,000억원. 작년 세제개편에서 법인세율 인하로 세수가 7조4,000억원 줄어들지만, 올해 세제개편에서 금융기관 채권이자소득 원천징수와 대기업 최저한세 인하 취소 등의 증세 조치로 5조2,000억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경기침체 속에서도 수출기업 중심으로 실적이 호전되면서 내년 세수는 올해보다 7,3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금융기관 채권이자소득 원천징수분 4조8,000억원은 원래 2011년에 징수할 법인세를 한 해 앞당겨 받는 것일 뿐. 따라서 기업들의 실제 법인세 부담은 올해보다 5조5,000억원 이상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법인세 감소율이 무려 15%가 넘는다.
'부자 세금'으로 지칭되던 종합부동산세도 해가 갈수록 점점 유명무실해지는 추세다. 내년에는 세수가 1조원을 간신히 넘기면서 올해보다 11.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결과적으로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은 줄어드는 반면, 봉급 생활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세 부담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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