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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당뇨병 환자, 실명 위험 줄이려면 '고혈압' 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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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당뇨병 환자, 실명 위험 줄이려면 '고혈압' 관리하라

입력
2009.09.2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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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면서 합병증인 당뇨병성 망막증 환자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당뇨병성 망막증은 당뇨병으로 인해 망막(카메라의 필름에 해당) 내 작은 혈관이 손상돼 발생하는, 가장 흔한 당뇨병 합병증이다.

당뇨병을 앓은 지 15~20년이 지나면 대부분 당뇨병성 망막증이 생긴다. 당뇨병성 망막증은 후천적으로 실명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망막 혈관은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뇨병성 망막증을 '당뇨병 환자의 천형(天刑)'이라고 부른다.

■ 당뇨병 환자의 천형

30세 이후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 중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5년 이하인 경우는 29%, 15년 이상이면 78%가 당뇨병성 망막증을 앓는다. 그렇지만 당뇨병성 망막증은 시력이 약간 떨어지는 것 외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지나치기 쉽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병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망막 사진을 찍어 보면 시력에 이상이 없더라도 혈관에 꽈리 같은 미세동맥류가 있으며, 점상 출혈이 나타나거나 혈관에서 새어 나온 체액 및 찌꺼기가 망막에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치하면 혈관이 터져 혈액이 유리체에 스며들면서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병성 망막증을 막으려면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하고, 망막 검진을 정기적으로 한다. 이상이 발견된 즉시 약물 투여, 레이저치료, 항체주사치료, 유리체절제술 등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약물요법은 미세혈관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초기 환자에게 실시한다. 레이저치료는 망막에 새 혈관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망막 조직을 레이저로 응고하는 치료다. 당뇨병성 망막증이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효과적이다.

항체주사치료는 쓸모 없는 혈관을 없애고 생성 자체를 억제해 시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유리체절제술은 유리체에 출혈이 있거나 망막이 떨어져 나갔을 때 적용하는 수술법으로 실명 위험이 높을 때 사용한다. 그러나 이런 치료법은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무엇보다 질환을 조기 발견해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 고혈압 관리해야 당뇨병성 망막증 줄여

최근 전국 16개 병원을 찾은 1,38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저검사를 실시한 결과, 당뇨병성 망막증 등 망막질환을 예방하려면 혈압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목표 수축기 혈압(130㎜Hg)을 넘고, 유병 기간이 5년 이상 지속된 당뇨병 환자 중 43%가 당뇨병성 망막증 환자다. 그렇지 않은 환자의 발병률(12%)에 비해 망막증이 생길 확률이 3.6배나 된다.

또한 고혈압과 당뇨병을 동반한 환자 4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유병 기간 5년 이상이고 목표 수축기 혈압(130㎜Hg)을 초과할 경우 3명 중 1명 꼴로(31%) 당뇨병성 망막증이 생겨 그렇지 않은 환자들의 발생률(15%)보다 배 이상 높았다. 당뇨병과 고혈압을 함께 앓는 환자가 당뇨병성 망막증을 예방하려면 혈압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조사다.

당뇨환자가 당화혈색소(HbA1cㆍ적혈구의 혈색소인 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붙은 상태·수개월 동안의 환자의 혈당 조절 여부를 알 수 있는 수치)를 정상 범위인 6.5% 이하로 유지해도 따로 고혈압 치료를 받지 않아 목표 수축기 혈압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당뇨병성 망막증 발병 확률이 배로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의 고혈압 치료제가 당뇨병성 망막증 예방과 진행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오덴스대병원 앤 카트린 쇠리 교수는 제44회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학회에서 "ARB 계열 고혈압 치료제 '아타칸'(아스트라제네카ㆍ성분명 칸데살탄 실렉세틸)이 당뇨병성 망막증 발병과 진행을 늦춘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 의학 저널인 '란셋(Lancet)'에도 게재됐다.

쇠리 교수는 세계 30개국 309개 센터에서 제1형과 제2형 당뇨병 환자 5,321명을 대상으로 4~6년 간 아타칸이 당뇨병성 망막증의 발병과 진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당뇨병성 망막증 징후가 없는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아타칸을 투여한 결과, 위약군(가짜약 투여군)에 비해 당뇨병성 망막증 발병률이 35% 정도 낮았다. 이미 당뇨병성 망막증을 앓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에서는 아타칸 투여군이 위약군보다 13% 정도 진행위험이 낮았다.

가톨릭대성가병원 내분비내과 김성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미세 단백뇨 이상의 콩팥병 합병증이 있거나 고혈압이 동반된 당뇨병 환자는 아타칸과 같은 ARB 계열의 약을 적극적으로 투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김선우 교수도 "당뇨병 환자는 혈당뿐만 아니라 고지혈증과 고혈압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당뇨병성 망막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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