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회장이 물러남에 따라 국내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는 사실상 '강정원 원톱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당장은 '대행체제'로 가겠지만, 결국은 강정원 현 국민은행장이 지주회장을 겸직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KB금융 정관에 따르면 공석이 된 회장직은 현 지주 부회장인 강 행장이 대행하게 된다. 자연스레 강정원 회장 겸 행장 체제가 만들어지는 셈.
회장 선임 권한을 가진 이사회 역시 당분간 '강정원 회장대행'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담 이사회 의장은 23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황 회장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그 동안 여러 불미스런 일로 주주들에게 걱정을 끼친 만큼 조직이 안정될 때까지는 차기 회장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강정원 회장대행 체제는 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강 행장이 KB금융을 이끄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KB의 경우 그룹 내 은행자산 비중이 약 95%로 우리ㆍ신한ㆍ하나 등 다른 금융그룹보다 월등히 높고, 그만큼 은행의 영향력이 크다. 강 행장은 이처럼 그룹 내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은행을 5년간 원만하게 이끌어온데다, 본인 스스로 지주회사를 만든 주인공이기 때문에 회장직 수행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강 행장이 결국은 대행을 떼고 정식 지주회장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격적인 황영기 회장과는 달리, 강 행장은 좀 더 신중하고 내실을 다지는 스타일이어서 KB금융그룹의 경영전략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황 회장이 그 동안 추진해왔던 증권사나 생명보험사 인수 등 M&A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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