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임'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올드 팬들의 가슴은 뛸 것이다. '리멤버~ 리멤버~'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가수 아이린 카라의 동명 노래를 떠올리면 금세라도 몸이 리듬을 탈 듯하다. '핑크 플로이드의 월'(1982) 등을 연출한 알란 파커 감독의 1980년작 고전영화 '페임'은 그렇게 중ㆍ장년의 추억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동명 영화를 29년 만에 새롭게 만든 '페임'은 원조의 명성과 향수에 전적으로 기대려 하지 않는다. 유튜브와 랩 배틀 등 MTV의 감수성으로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달라진 세태를 반영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쯤 비로소 흘러나오는 노래 '페임'은 원조와의 차별화를 상징한다. 물론 변하지 않은, 바꿀 수 없었던 요소는 있다. 바로 약동하는 청춘의 파릇한 사랑과 예술에 대한 피 끓는 열정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평면적이고 드라마의 진폭은 낮고 얕다.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 지망생 마르코(애셔 북), 대형 배우를 꿈꾸는 제니(케이 파너베이커), 힙합으로의 일탈을 꿈꾸는 피아니스트 데니스(나투리 노튼) 등 여러 전공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영화는 이들이 뉴욕예술고등학교에서 꿈을 키워가고, 사랑을 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성장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4년이라는 교육과정 속에 잔물결처럼 펼쳐낸다.
절정의 진한 쾌감을 안겨주지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지도 않는 이 영화는 호화롭지 않지만 옹골진 매력을 품고 있다. 힙합과 클래식과 탭댄스 등이 조화를 이루며 예술을 지향하는 젊은 학도들의 풋풋한 정열을 대변하고, 리듬감 있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시각적 즐거움을 한껏 선사하다. 공 들인 흔적이 역력한 여러 공연 장면들은 무대의 땀내를 진하게 전한다. 썩 괜찮은 청춘 음악영화다. 감독 케빈 탄차로엔. 24일 개봉, 12세 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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