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 매각 관련 비리 혐의로 기소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67)씨의 항소심 재판부가 "동생을 죽게 만든 못난 형"이라며 노씨를 신랄하게 질타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조병현)는 23일 세종증권이 농협에 매각될 수 있도록 힘을 써주고 수십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등으로 구속 기소된 노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억원을 선고했다. 1심의 징역 4년, 추징금 5억7,000만원보다는 감경된 것이다.
재판부는 "노씨는 동생이 대통령이 되면서 로열패밀리가 됐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제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며 "돈 있는 사람에게 돈을 받아 공직후보자에게 나눠주는 등 '봉하대군'의 역할을 즐겨 했다"고 꾸짖었다.
이어 "1심 선고 후 자신이 키웠다고 큰 소리 쳤던 동생이 자살하고, 노씨는 이제 해가 떨어지면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신세한탄을 하는 시골 늙은이의 외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1심 형량의 가중요소로 전직 대통령의 형이라는 점이 작용됐다면서 "동생을 죽게 만든 못난 형"이라며 "이제 노씨에게 가중적 양형 인자를 벗겨 주는 게 정당하다"고 휠체어에 탄 채 고개를 숙인 노씨를 향해 말했다.
아울러 이번 수사에 관해서도 "이 사건은 추악한 탐욕의 악취가 진동한 나머지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한 것이지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로 (다른) 권력형 비리사건 수사를 열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고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법관은 죄를 판단해야지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판결로 말하면 될 뿐 법관은 사또가 아니다"며 재판부의 발언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정광용(55)씨에게 1심의 형량보다 1년 줄어든 징역 2년에 추징금 13억2,000만원을, 정화삼(62)씨에게는 1심과 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5억6,000만원을 선고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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