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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파주시, 상생의 모델/ 기업·지자체 밀어주고 끌어주고 '윈 윈 퍼즐'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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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파주시, 상생의 모델/ 기업·지자체 밀어주고 끌어주고 '윈 윈 퍼즐' 맞췄다

입력
2009.09.2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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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경기 파주시에 4조원을 투자, LCD용 유리기판과 발광다이오드(LED) 패키지 공장을 세운다. 전 세계적으로 4,5개 업체만이 독점하고 있는 최첨단 부품ㆍ소재 분야이다. 이에 따른 고용 효과는 협력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적어도 1만명. 파주시로서도 4만명 이상의 인구가 늘어, 지역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상생 협력이 양측에게 남는 장사일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 제고로도 이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LG는 23일 경기 파주시 월롱산업단지에서 4조원이 투자되는 'LG 파주 첨단소재 단지' 기공식을 가졌다. 모두 84만㎡(25만평ㆍ여의도 면적의 3분의1) 부지 위엔 LG화학이 2018년까지 총 7개의 LCD용 유리기판 공장을 건설(3조원)하고, LG이노텍이 2012년까지 LED 패키지 생산 라인을 설치(1조원)한다. 내년 5월 LG이노텍이 LED 패키지를 양산하고, 2012년 LG화학이 LCD용 유리기판을 생산하게 되면 이곳은 LG의 정보전자 부품소재 산업 최대 생산거점으로 자리잡게 된다.

LG화학은 LCD용 유리기판 부문에서 2018년 매출 2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LG이노텍도 이번 투자로 LED 양산능력을 4배 이상 확대, LED분야에서 2012년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이다.

LG의 이번 투자로 7세대, 8세대 LCD라인 9조원에 이어 파주시에만 모두 13조원을 투자하게 됐다. LG가 이처럼 파주시에 잇따라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은 경기도와 파주시의 다각적인 기업 유치 노력 덕분이다. LG가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단지 투자를 위해 후보지를 물색하던 2003년 정부는 당시 산자부 무역투자실장을 반장으로 국방부, 환경부, 건교부 등 15개 부처 관계자가 참여한 정부종합지원반을 구성, 원스톱 맞춤형 행정 서비스를 지원했다.

당시 법률상으로는 공장 설립이 불가능했지만 첨단 업종은 예외를 둘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한 데 이어 파주시 공무원 100여명으로 구성된 민간 설득반을 구성, 신속한 토지보상과 분묘 이전 등을 독려했다. 문화재 발굴 작업도 언 땅까지 녹여가며 진행, 결국 투자의향서 체결 1년만에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단지를 착공하는 진기한 기록도 세웠다. 특히 2005년 자유로에서 LG디스플레이 클러스터 단지로 이어지는 6㎞의 왕복 2차로를 4차로로 확장, 'LG로'로 명명했다.

이번에도 파주시는 LG디스플레이의 LCD 생산라인과 LG화학의 LCD용 유리기판공장 사이 6㎞의 도로를 새로 조성키로 했다.

LG 입장에서 봐도 수도권에 공장을 짓게 됨에 따라 물류 및 우수 인력 확보에서 강점을 갖게 됐다. LG는 또 연구개발(R&D)부터 부품, LCD패널, 유리기판, LED 패키지, TV 완제품까지, 총 450만㎡(135만평) 규모의 디스플레이 전문 클러스터를 조성, 일관 생산 체계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LG와 파주시의 협력은 한 기업과 한 지자체의 이익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번에 LG화학이 투자하는 LCD용 유리기판은 LCD를 구성하는 부품중 20% 이상의 원가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세계적으로 단 4개 업체만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ED도 핵심 기술인 LED칩 제조는 일본 니치아와 미국 크리 등 5개 업체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날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주체는 정부나 지자체 공무원이 아닌 기업"이라며 "기업이 무엇을 원하는지 지속적으로 귀 기울이며, 진정 기업도 발전하고 지역과 국가경쟁력도 강화되는 상생관계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도 기념사를 통해 "정보전자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소재산업의 기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LG가 소재산업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파주 첨단소재단지를 우리나라 소재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공식에는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 류화선 파주시장과 구본무 LG 회장, 강유식 ㈜LG 부회장,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남용 LG전자 부회장, 허영호 LG이노텍 사장,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LG "미래경쟁이 우선" 공격경영 승부

LG가 돋보인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인력 구조조정 없이 채용을 더 늘리는가 하면 투자 면에서도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영 불확실성이 크다며 여전히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데 비해 LG는 오히려 투자 규모를 늘리며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LG가 이처럼 투자에 적극적인 것은 무엇보다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LG가 이날 파주 첨단소재 단지에 투자키로 한 LCD용 유리기판과 LED도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품목이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이미 3월부터 가동률 100%를 이어가고 있다. LED도 에너지 절감 및 친환경 부품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수요가 폭발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LG의 공격 경영은 구본무 회장의 경영 철학에서 출발한다. 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현안에만 몰두하면 2,3년 후에는 더 이상 새로움이 없는 기업으로 전락할 지 모른다"며 "어렵다고 움츠러들거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핵심사업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LG는 연초 4대그룹 중 가장 먼저 11조 3,000억원을 투자키로 발표하고, 이중 연구개발(R&D) 분야에 사상최대 규모인 3조5,000억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LG는 올해 계획보다 1조원을 추가 투자했다. 예정된 투자도 머뭇거리고 있는 다른 기업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투자는 결국 LG의 깜짝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2분기에 분기 실적으론 처음으로 매출 14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LG디스플레이도 2분기 사상 최대 매출(4조8,905억원)을, LG화학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6,603억원)을 기록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기업들이 파주로 몰려드는 이유

경기 파주시가 '기업하기 좋은 고장'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친기업적 환경 조성 정책과 수출에 유리한 지리적 조건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주시가 조성한 신도시 산업지구는 크게 TFT-LCD 제조 업체들이 주로 모여 있는 파주의 디스플레이단지(171만6,060㎡)와 전자부품 및 통신장비 업종의 월롱단지(83만9,609㎡), 펄프ㆍ종이, 컴퓨터(PC) 사무용기기 등을 주로 생산하는 문산의 선유단지(131만2,686㎡), 화학물질ㆍ고무ㆍ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당동단지(64만1,077㎡ㆍ외국인 전용 임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파주시가 입주 기업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적극적인 친기업 정책을 표방하고 나선 것은 대부분의 토지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였던 족쇄에서 풀려나기 시작한 올해 6월말부터. 이용석 파주시 기업지원과장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있던 지역이 6월말부터 파주시로 토지 활용 권한이 조금씩 넘겨진 이후, 기업 유치를 위한 지원정책들을 자유롭게 세울 수 있게 됐다"며"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 기업들에게도 유용한 법적ㆍ행정적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시가 입주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혜택은 세제 지원 뿐 아니라 도로 확장과 산업단지로 꾸며진 지역으로의 버스 등 교통편 제공, 산업단지 내 공원 조성 등 편의시설 확충이다. 또한 부지 매입이나 공장 신축과 관련된 문의도 전화나 팩스, 인터넷 등을 이용하면 파주시 기업지원과의 '기업 SOS팀'에서 원스톱 시스템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 주고 있다. 산업단지가 들어설 지역의 주민 설득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입주 기업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신호등이 없는 도로를 통해 수출 관문인 인천공항까지 약 40분이 소요되는 짧은 이동 거리도 파주시가 갖고 있는 장점이다. 물류 및 보관 비용을 그 만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90%에 달하는 지역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있는 것은 파주시가 친 기업 환경 정책을 펴 나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파주시 언론ㆍ영상팀의 조종화 팀장은 "지방세 감면 혜택이나 공장 증축 등과 관련된 내용들은 많이 개선이 됐다"면서도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토지가 더 많이 풀린다면 다양한 기업들을 유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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