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다가오면 쇠고기에 대한 관심이 는다. 명절 상차림의 단골 메뉴인 데다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21일 농촌진흥청 주최로 경기 수원시 오목천동 국립축산과학원에서 한국과 미국의 소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국제공동심포지엄에서는 한국 미국 일본 등 각국 쇠고기를 비교 분석할 수 있는 논문이 다수 발표됐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정보가 아닐 수 없다.
■ 지방속 건강성분 올레인산, 일본>한국>미국
쇠고기의 품질을 볼 때 보통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마블링이다. 근육(빨간 부분) 사이사이에 근내지방(흰 부분)이 골고루 분포한 쇠고기를 마블링이 좋다고 말한다. 근내지방이 골고루 분포되면 여기에 들어 있는 건강 성분인 올레인산을 많이 흡수할 수 있다.
미국 텍사스A&M대 스티븐 스미스 교수는 "한국 미국 일본 호주 쇠고기의 비슷한 등급을 비교하면 일본 소 와규(和牛)의 올레인산 함량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한국 미국 호주 쇠고기 순"이라고 설명했다.
와규는 근내지방에 있는 총 지방산 가운데 올레인산의 비율이 많게는 55~60%까지 나오기도 한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올리브유는 올레인산 함량이 70~80% 정도다.
평균적으로 근내지방 내의 올레인산 함량은 한우가 48~50%, 미국 쇠고기가 25~30%, 호주산이 20~25%다. 축산과학원 영양생리팀 최창원 연구사는 "호주 소처럼 방목해 키우면 올레인산 함량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옥수수 같은 곡물 사료를 주로 먹이는 게 올레인산을 늘릴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부 농가나 업체에서는 올레인산을 비롯해 건강에 좋다는 식품들을 사료에 넣어 먹인 쇠고기를 고급 브랜드로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스미스 교수는 "올레인산이 많은 사료를 먹인다고 쇠고기의 올레인산 함량이 높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소의 되새김위(반추위)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산다. 음식물이 들어오면 이들 미생물이 먼저 영양분을 분해하고 나서 그 산물이 소화기관으로 내려간다. 이 때문에 음식물 속의 성분이 그대로 남아 근육에까지 전달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 근육발달 속도 미국>한국>일본
와규는 오래 키워 도축한다. 29개월 정도는 보통이고 많게는 36개월까지도 키운다. 소도 나이가 들수록 근내지방이 많이 쌓인다. 근내지방의 정확한 생성 시기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근육이 만들어진 뒤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에선 보통 소를 16~18개월 키워 도축한다. 와규가 미국 소에 비해 마블링이 좋은 이유가 키우는 기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우는 27~29개월 정도에 도축하니 키우는 기간으로 치면 와규와 가깝다.
소의 몸집도 마블링과 관계 있다. 텍사스농업생명연구재단 데이비드 런트 부소장은 "한우나 와규는 미국 소(앵거스 제외)나 유럽 소에 비해 몸집이 작은 편"이라며 "소형 종이 대형 종보다 마블링에 좀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형 종은 근육 발달이 빨라 근내지방이 덜 생기기 때문이다.
■ 마블링 절대 기준은 아니다
나라마다 식생활 패턴이 달라 좋아하는 쇠고기에도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 많이 즐기는 샤브샤브는 쇠고기를 얇게 썰어 살짝 익힌다. 따라서 육질이 부드러울수록 좋다. 마블링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근육만 촘촘한 쇠고기보다 사이사이에 지방이 끼어 있으면 씹기에도 좋을 테니 말이다.
미국인이 즐겨 먹는 스테이크는 고기가 두껍다. 이 때문에 쇠고기를 오래 숙성시켜 물렁물렁하게 만든다. 또 미국 쇠고기 소비량의 절반 정도는 햄버거 패티용이다. 이는 다른 고기와 섞어 만들기 때문에 굳이 마블링을 엄격히 따질 필요는 없다.
한국인이 구워 먹는 쇠고기는 스테이크보단 얇고 샤브샤브보단 두껍다. 이 때문에 근내지방 함량이나 도축 시기 등에서 와규와 미국 소의 중간 정도가 된 것이다. 한국 음식의 다양한 요리법도 이런 경향에 한몫 한다.
육회는 입에서 살살 녹는 것보다 쫄깃쫄깃 씹히는 느낌이 어느 정도 있어야 제 맛이다. 또 불고기는 쇠고기 자체의 품질 못지 않게 양념을 얼마나 잘 하는지도 중요하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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