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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검투사' 떠나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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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검투사' 떠나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사퇴

입력
2009.09.2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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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투자실패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직무정지 상당)로 사퇴압력을 받아온 황영기(사진) KB금융지주 회장이 23일 결국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한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무기로 지난 10년간 승승장구하며 금융계 스타 CEO로 입지를 다져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에 휘말리며 결국 날개가 꺾이고 말았다.

황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금융당국의 징계에도 회장직 유지에는 법적 문제가 없지만 선도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로서 본인의 문제로 조직의 성장ㆍ발전이 조금이라도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오랜 소신"이라며 "KB금융 회장직과 이사직을 동시에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에 몸담았던 우리은행에서 파생상품 투자와 관련한 손실이 발생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사과했지만, "그 동안 징계 결정 과정에서 수차례 소명 노력에도 저의 주장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며 억울함도 표시했다.

황 회장은 1999년 삼성투신운용 사장, 2001년 삼성증권 사장을 지낸 '삼성맨'출신. 2004년 증권 출신으론 이례적으로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그는 가는 곳마다 과감한 의사결정과 공격적인 경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우리은행장 시절, 국내 은행권에 자산확대 경쟁에 불을 붙이며 지점장들에게 단검이 든 지휘봉을 나눠줘 화제를 낳았으며 '검투사'라는 별명도 이때 생겼다. 2007년 연임에 실패하며 잠시 야인 생활도 했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MB캠프에 합류한 뒤, 지난해 7월 KB지주 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금융권에서는 황 회장 낙마에 대해 시각이 엇갈린다. 한편에선 "CEO로서 무리한 투자가 낳은 실패에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는 반면, 다른 일각에선 "과도한 징계가 앞으로 금융CEO들의 투자결정을 크게 움츠리게 만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황 회장 역시 이날 "도전정신과 창의력이 성장ㆍ발전의 기반이 되어야 하는 우리 금융시장에서 저에 대한 징계로 인해 금융인들이 위축되고 금융시장 발전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황 회장은 29일 KB지주 출범 1주년 기념식을 끝으로 공식 사퇴할 예정. 하지만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우리은행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25일 임시 위원회를 열고 황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할 태세다. 예보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검토 중이다.

황 회장 징계를 둘러싼 적정성 논란과 감독당국의 감독책임 문제 역시 다음달 국정감사에서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황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방침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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