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형(성인) 당뇨병 치료에 널리 쓰이는 메트포르민이 항암 치료 효과를 크게 높여 줄 뿐 아니라 재발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분지약리학과 케빈 슈트룰 교수는 "암을 치료하는 화학요법에 쓰이는 대표적 항암제 독소루비신을 메트포르민과 병행 투여했을 때 이런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슈트룰 교수는 "항암 치료는 종양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암세포는 죽일 수 있지만 종양 속의 줄기세포들을 잡지 못해 나중에 이들이 다시 자라면서 암이 재발한다"며 "메트포르민은 종양 속에 남아 있는 이 줄기세포들을 선별적으로 공격하는 것으로 쥐 실험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암 전문학술지인 '암 연구(Cancer Research)' 최신호에 발표됐다.
메트포르민은 췌장이 아닌 지방과 근육세포 등 말초 조직의 인슐린 작용을 강화해 간에서 당 생성을 억제, 혈당을 내리게 한다. 글루코파지(머크 세로노) 다이아벡스(대웅제약) 등의 상표명으로 판매되고 있다.
연구 결과, 4가지 형태의 유방암 모델 쥐들에게 독소루비신과 메트포르민을 동시에 투여하자 독소루비신만 투여된 쥐들에 비해 종양이 크게 줄어들었다.
또 치료 후 2개월 동안 병행 투여 그룹 쥐들은 종양이 다시 나타나지 않은 반면, 독소루비신 단독 투여 그룹 쥐들은 종양이 재발됐다. 메트포르민만 투여했을 때에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는 두 가지를 함께 투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항암 치료는 되도록 많은 암세포를 죽여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견딜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항암제를 최대한 투여하는데 투여 단위를 절반으로 줄이면서 메트포르민을 함께 투여했을 때 동일한 임상적 효과가 나타난다면 그만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슈트룰 교수는 말했다.
그는 "이런 시너지 효과는 유방암뿐 아니라 다른 암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트포르민을 먹는 당뇨병 환자는 복용하지 않는 당뇨병 환자에 비해 암 발생률이 현저히 낮다는 연구 보고서들도 있다. 최근에는 당뇨병 환자가 메트포르민만 복용하면 췌장암 위험이 60%나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세브란스병원 당뇨병센터 차봉수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암 발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암 종류에 따라 2~4배 정도 차이가 난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 슈트룰 교수의 이번 논문이 상관관계를 풀 단서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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