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북한의 경제상황이 좋아져야 통일을 생각할 수 있다"면서 "북한의 핵 포기 시 (대대적인 경제)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언급에는 이 대통령이 구상하는 통일에 대한 밑그림이 희미하게나마 드리워져 있다. 이른바 '통일비용'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독일 통일을 예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동·서독에서 보였던 계획 없는 통일(이 문제점이 많기에), 우리는 항상 (통일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갑자기 이뤄진 독일 통일이 구(舊) 서독에 대한 엄청난 통일비용을 부담케 하면서 경제 사회적 문제를 유발했기 때문에, 정부는 통일을 대비한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북핵 폐기를 들었다. 급작스런 통일은 불균형적인 남북한의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서로에게 상당히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경제적 자립도를 높인 뒤 자연스런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국제사회에서 통일 한국이 강대국으로 보다 쉽게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여기서 "남북한이 양쪽에서 쓰고 있는 국방비를 절약할 수 있으면 한반도의 남북한 국민들의 삶의 질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평화체제로 전환되면 남북 양측의 국방비의 상당 부분을 경제개선을 위해 전용할 수 있고, 이런 노력이 '가난하지 않은' 통일을 보다 앞당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예멘의 무력통일 방식에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예멘에서 볼 수 있었던 무력이 행사된 통일은 결코 원하지 않고, 평화적 통일을 원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나뉘었던 북예멘과 남예멘은 1990년 1차 통일을 이뤘으나 이후 내전을 통해 북예멘 주도로 통일을 이뤘다. 예멘은 현재 사회 문화적 통합 절차를 간과한 무력에 의한 정치적 통일을 이룬 결과로 현재 크고 작은 사회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예멘의 통일방식도 상당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기에 경제적 균형을 어느 정도 이뤄가면서 사회 문화적 교류 강화를 통한 정서적 합치라는 토대 위에 통일을 이뤄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란 내심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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