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공무원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찬반투표가 22일 가결됨에 따라 노동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최근 잇따른 대형사업장의 탈퇴로 고전해온 민주노총은 통합 공무원노조의 7만여 노조원을 새로 받아들임으로써 명실상부한 제1 노총으로 부상, 정부 정책에 보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부가 통합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규정하고 엄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노정갈등은 격화할 전망이다.
위기 탈출한 민주노총
민주노총은 투표 결과가 나온 이날 오후 9시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통합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식과 환영 기자회견을 가졌다. 올 들어 민주노총은 KT 노조, 지하철 노조, 쌍용차 노조 등 주요 사업장의 3만여 조합원이 탈퇴하면서 크게 위축된 상태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공무원노조의 가세로 민주노총은 일련의 이탈 흐름에 브레이크를 걸며 중요한 국면전환의 계기를 맞게 됐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은 노골적인 투표 방해 등 이명박 정권의 조직적이고도 범죄적인 탄압을 이겨낸 쾌거"라고 평가했다.
전공노는 이미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두고 있어, 새로 민주노총에 소속되는 노조원은 약 7만3,500명이다. 이들이 민주노총으로 들어옴에 따라 민주노총은 73만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리며, 한국노총(72만5,000명)을 제치고 제1노총의 지위를 회복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정부가 구성한 각종 위원회에 더 많은 근로자 위원을 참석시켜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노정갈등 심화 불 보듯
민주노총은 공무원의 단체행동권 획득을 급선무로 꼽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통합노조 출범은 단체행동권 등 그동안 박탈돼왔던 공무원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회복한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의 집단행동을 금지하는 정부와 공무원노조 및 민주노총의 갈등은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는 대정부 교섭력 강화로 현 정부의 공무원 감축, 임금동결, 공무원 연금 문제 등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공무원 노조가 정치활동에 연계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민노총 합리화 계기될 수도
통합 공무원 노조는 총 조합원 11만명으로 금속노조(14만7,000명), 공공노조(14만2,000명)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산하연맹이 됐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들이 민주노총의 핵심 투쟁동력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치적 협상 대신 투쟁을 통해 요구를 관철시키는 민주노총의 운동방식이 기본적으로 공무원의 생리와 맞지 않아 현장에서의 강경투쟁이 다른 산하연맹에서만큼 쉽게 먹히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무원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지만 독립된 섬으로 따로 존재하는 전교조처럼 되기 십상"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민주노총의 큰 주력은 못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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